연말이면 학교에 제법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난다. 교과서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어디선가 캐럴이 들려온다. 크리스마스 트리도 빠뜨릴 수 없다. 꼭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더라도 크리스마스 트리는 교육적 효과가 있다. 구석에 트리 하나가 놓였을 뿐인데 기온이 약간 올라간 기분이 들고, 포근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다. 양양 시골의 작은 학교인 우리 학교는 조금 특별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게 되었다. 전교생 36명이 직접 크리스마스 장식물을 만들어 트리를 꾸미기로 한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우리 학교의 유일한 6학년이자 학생회장이 냈다. "포스터도 저희가 그리고, 부스 운영도 저희가 할 거예요." 6학년 회장은 평소 죽이 잘 맞는 5학년 부회장 둘과 함께 머리를 맞댔다. 우리 학교는 자치회 아이들이 제안하면 최대한 밀어주자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스스로 무언가를 하겠다는 기특한 의견이었다. 아이들의 제안을 즉각 받았다. 단, 조건이 있었다. 시설물 설치와 재료 구입까지는 도와주겠지만, 그 외에는 모두 학생이 할 것. 회장단은 손가락으로 오케이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이번에는 편리한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트리에 앞서 깜짝 행사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냈다. 학교 곳곳에 산타가 등장한 것이다. 우리 학교 2층에는 실내 놀이터 겸 운동시설인 '모두놀터'가 있다. 모두놀터 로프 사다리에 산타 풍선 인형을 설치했다. 거인처럼 커다란 산타였다. 덕분에 담임 선생님들은 학급에서 이중으로 학급운영비를 지출해 산타클로스 인형이나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하지 않게 되었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 지지 않는 멋진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 보겠어!" 회장단은 열의에 불타올랐다. 시작은 포스터 제작이었다. 제작 기간은 사흘. 금쪽같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모두 바쳤다. 제작방식은 100% 수공예였다. 아이들은 평상에 둘러앉아 일일이 손으로 포스터를 완성해 갔다.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했다면 1분도 안 되어 도안이 뚝딱 나왔을 것이다. 우리 학교에는 개인별 스마트패드가 있고 학생은 2학기 내내 AI 융합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편리한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예전 방식으로 작업하기로 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