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분들께 선물 주면 오버일까?" 남편의 답장, 그 후 생긴 일

크리스마스 이브. 별 감흥은 없지만,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들에게 너무 무심한가 싶어 시내에 나가 장을 보고 왔다. 겨울 난방비가 무시무시한 시골살이에서, 이맘때면 가정 재정과 마음이 함께 긴축된다. 케이크 생략, 과자 생략, 음료 생략. 메인 메뉴 재료와 연휴 동안 먹을 것만 사다 보니, 딱히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없다. 아이가 하교하는 오후 네 시 픽업 전까지 시간이 남아 학교 옆 동네 도서관에 들렀다. 평일 아침 아이들을 등교 시킨 후 남편과 함께 산책하고, 매일같이 들르는 작지만 소중한 도서관이다. 오늘은 시내에 나가느라 아침 도서관을 누리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렇게 남은 시간이 고마웠다. 이 도서관은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자주 이용해 왔다. 하교하는 아이를 이곳에서 만나기도 했고, 아이들은 <마법 천자문>과 <그리스로마신화>, <흔한 남매> 같은 책들을 자연스럽게 섭렵했다. 나는 넓은 책상을 차지하고 앉아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한국어학 학위를 땄고, 독서지도사 자격을 취득했다. 남편은 오후 출근 전 이곳에서 업무 준비와 공부를 했다. 인기 도서를 어렵지 않게 빌릴 수 있었던 것도, 여유 있는 책상에서 편하게 공부할 수 있었던 것도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시골 동네도서관이라 가능했다. 그사이 관장은 서너 번 바뀌었고, 사서 선생님들도 지난해 대거 교체됐다. 리모델링으로 환경은 세련되고 쾌적해졌다. 꾸준히 신간을 확보해 주어 읽고 싶거나 필요한 책들은 대부분 빌릴 수 있다. 반면 공기는 싸해졌다. 2층 서가에 자주 올라오던 사서 선생님의 발걸음은 뚝 끊겼고, 눈이 마주치면 간단하게 인사를 건네던 풍경도 싹 사라졌다. 서가 정리는 노란색 조끼를 입은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의 몫이 됐다. 아이 픽업 시간까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어르신이 서너 권의 책을 들고 무인 대출기 앞에서 서성이셨다. 옆에 있던 비슷한 연배의 어르신이 "책 빌리게요?"라며 말을 건네시고 대출을 도와주시다가, 마침 지나가는 노란 조끼의 자원봉사자에게 도움을 넘겼다. 낯이 익지 않은 새로 온 봉사자였다. 신입 봉사자가 설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빠른 발걸음의 또 다른 '노란 조끼'가 나타났다. 그는 할아버지의 느릿한 말을 끝까지 듣고, 차분하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오, 저런 면이 있었구나.' 순간 마음속에 쌓아 두었던 경계가 스르르 무너졌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고 싶은데?' 라는 마음까지 이어 찾아왔다. '오버인가' 하는 두려움을 넘어섰더니 작은 쿠키라도 사서 도서관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졌다. 동시에 '너무 오버인가?' 라는 생각이 따라붙어 도서관 메이트인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