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에는 밤섬이라고 하는 보물섬이 있다. 생긴 모습이 밤톨과 비슷하다고 하여 밤섬(율도, 栗島)이라고 하는 이름이 붙었다. 밤섬은 고려시대에는 유배지로 이용되었다. 서울이 수도로 결정된 조선시대에는 마포 나루에 가까이 위치해 있어, 배를 만들거나 고치는 곳으로 이용되었다. 그래서 밤섬에는 배를 만드는 목수들과 그 가족이 몰려 살았다. 겨울이면 한강의 얼음을 잘라 석빙고에 저장하는 채빙업으로 생활을 하기도 하였다. 밤섬에는 김씨, 마씨, 성씨, 윤씨, 지씨, 판씨, 함씨, 허씨 등이 살았는데, 지배적인 성씨는 없었으며, 특이한 성씨가 많았다. 그러나 한국 전쟁 이후 한강의 주운이 멈추면서 밤섬은 조금씩 잊힌 섬이 되었다. 1968년 서울시는 여의도를 현대적인 도시로 개발하기 위해 윤중제라고 하는 둑을 쌓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밤섬은 윤중제를 쌓기 위한 돌과 흙을 제공하기 위해 폭파되면서 결국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당시 밤섬에 살던 주민들은 강 넘어 마포구 창전동으로 이주하였다. 마포구 창전동 와우산 기슭에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밤섬 이주민들과 그 후손들이 스스로 '도시 속 실향민'이라고 부르면서 독특한 공동체 문화를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밤섬 주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정신적 지주는 부군당(府君堂)이다. 부군은 마을을 지켜주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신을 의미한다. 밤섬에는 배를 만들고 강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이 많았기에, 부군이 거친 물길로부터 생명을 지켜준다는 믿음이 매우 강했다. 밤섬 부군당은 이주 초기에는 와우산 중턱에 당을 지었으나,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1995년 인근에 있는 현재 위치로 새로 건물을 지어 이전하였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람사르 습지로 등록 한편 폭파 이후 완전히 사라졌던 밤섬은 1980년대 이후 그 자리에 모래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풀등(강물 속에 모래가 쌓이고 풀이 자란 지형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으로 복구되기 시작했다. 풀등 위로 버드나무가 자라고 물새들이 이곳을 보금자리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밤섬은 1999년 서울시 제1호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2012년에는 도심 속에 있는 물새 서식지의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었다. 밤섬은 현재 위 밤섬과 아래 밤섬의 두 개 섬으로 되어 있는데, 위 밤섬은 영등포구에 속하고, 아래 밤섬은 마포구에 속한다. 당초 위 밤섬이 아래 밤섬보다 컸으나, 최근에는 아래 밤섬에 퇴적량이 증가하면서 그 크기가 비슷해졌다. 밤섬에서 가장 무성하게 자라는 수목은 버드나무 종류이다. 과거에는 선버들이라고 하는 나무가 가장 무성했다. 밤섬은 한강 하구에 있는 섬이기 때문에 매일 조수간만의 차가 발생한다. 적을 때는 수위 차가 50cm 남짓이지만 큰물이 질 때는 1m를 넘기기도 한다. 선버들은 수시로 물이 들고나는 지역에서 잘 살아가는 버드나무이다. 그래서 항상 뿌리가 물에 잠겨져 있는 곳에서 잘 자란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