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의 향연 37] 김삿갓과 쌍벽 이룬 민중시인 이달

모습은 꾀죄죄하였고 성품은 또 분방하여 걸리는 데가 없었다. 그리고 속된 예의를 익히지 않아 이 때문에 세상 사람들의 미움을 받기도 했다... 술을 즐기며 왕희지의 글씨체로 글을 잘 썼다. 아무도 살지 않는 마을에 살면서 한 뙈기의 밭도 없었고 먹고 사는 일에 종사하지 않아 사람들이 더러 이를 아껴주었다. 평생에 몸 붙일 땅이 없어서 사방에 떠돌아다니며 밥을 빌어먹어서 사람들이 천하게 여겼다. (허균, <손곡산인전>) 허균이 쓴 스승 '손곡'에 대한 인물평이다. 좋은 자리의 높은 벼슬아치들 곳곳에서 만나는데 수레는 물같이 흘러가고 말도 마치 용과 같구나 장안의 길 위에서 헛되이 머리를 돌리니 그대의 집이 곁에 있지만 아홉 집이나 닫혀 있더라. 이달이 젊은 시절 함께 글을 배운 옛 벗들이 높은 벼슬아치가 되어 지금은 다른 사람이 되었으니, 타고 있는 말과 수레부터도 자신의 초라한 나귀와는 비교가 안 된다. 그러나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그러한 외양의 차이가 아니라 정신적인 따돌림이다. 옛 친구들의 집이 바로 옆에 있지만 들어갈 수가 없다. 신분적인 차이뿐 만이 아니라, 이달의 재주를 미워하고 질시하는 권력자 속인들이 냉대했기 때문이다. 결국 대문을 두드릴 생각도 못한 채, 솔적없이 발길을 돌리고 만다. 이처럼 이달(李達, 1561?~1618?)의 시에는 남모를 울분과 회한이 담겼다. 가을 강물은 급하게 흘러 용나루로 내려가는 데 나루의 관리가 배를 세우고자 비웃다가 다시금 꾸짖는구나 서울에 드나들면서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