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과 기억, 그리고 양자역학[이기진의 만만한 과학]

“아빠, 가족사진 찍자!” 딸에게 전화가 왔다. 가족사진을 찍은 때가 언제였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연구실 벽에는 내가 두 살 때 찍은 흑백 가족사진이 걸려 있다. 내 동생이 태어나기도 전이고, 사진 속 아버지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다. 형들의 어릴 적 모습이 낯설지 않고 친근하다. 하지만 약속한 날에 비가 왔다. 자연광에서 찍고 싶어서 다시 어렵게 날을 잡았다. 그렇게 화창한 날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가족사진을 찍었다. 그중 한 마리는 올봄에 세상을 떠나 우주의 먼지가 됐다. 당시 도망가려는 고양이를 안고, 다섯이 가족사진을 찍었다. 오늘의 사진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몇 년 전부터 수첩에 하루를 메모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컴퓨터를 멀리하고 유일하게 종이 위에 만년필을 쓰는 시간이다. 하루에 있었던 일을 암호 같은 단어로 기록한다. 펜을 들면 특별한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적는다. 무엇을 먹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대화가 특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