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칼럼] 한동훈 내치고, 이준석과 손잡은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역대급 필리버스터는 주도면밀한 계획에서 움직였다는 인상을 준다. 당 대표가 예정에 없던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것도, 법으로 주어진 24시간을 꽉 채운 것도 치밀한 계산이 뒷받침됐음을 의미한다. 안팎에서 몰아치는 리더십 위기를 한방에 돌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을 법하다. 돌아가는 모양새는 그의 뜻대로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를 포함해 계파와 관계없이 칭찬이 쏟아지고, 당원들 반응도 떠들썩하다. 모두들 "우리가 장동혁이다"라고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내게는 다 계획이 있다"고 했던 장 대표의 호언장담이 술술 풀려가는 듯하다. 장 대표가 말한 자신만의 '타임 스케줄'과 '계획'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 있다. '윤 어게인' 세력과 부정선거론자들까지 포함해 우파를 결속시킨 다음, 중도로 세력을 확장해 지방선거 승리를 이루겠다는 심산이다. 언뜻 들으면 그럴 듯해보이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으려면 '냉장고 문을 열고 코끼리를 넣고 문을 닫으면 된다'는 허무 개그를 보는 것 같다. 장 대표는 자신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두 개의 트랙을 밟고 있다. 그중 하나가 한동훈 쳐내기다. 강성 지지층 목소리를 대변해 '배신자' 한 전 대표를 당에서 축출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는다. 가족들을 동원해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난했다는 이유로 '출당'에 버금가는 최고 수준의 징계를 내릴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장 대표는 한 전 대표가 비상계엄 이후 처음으로 낸 '우호적 메시지'에도 싸늘하게 응대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