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은 설렘만큼 두려움이 앞서는 일이다. 낯선 땅에서의 적응은 결코 쉬운 숙제가 아니다. 언어 장벽은 차치하고서라도, 생경한 문화와 기후 속에서 여행자가 기댈 곳은 결국 사람 뿐이다. 어떤 가이드를 만나느냐가 여행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이자, 여행 전체의 성패를 결정짓는 커다란 복이 되는 이유다. 가이드가 일정에 맞춰 동선을 효율적으로 짜주고, 교과서 밖의 생생한 현지 정보를 제공할 때 여행자는 비로소 긴장을 풀고 풍경 속으로 녹아든다. 가이드의 역량과 진심에 따라 그 여행은 인생 최고의 기억이 될 수도, 혹은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코타키나발루 여행에서 우리 일행은 대형 여행사의 깃발 대신, 조금 특별한 선택을 했다. 현지 사정에 밝은 가이드를 직접 섭외해 우리만의 호흡으로 움직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만난 말레이시아 현지인 가이드 '아밀'은 첫 만남부터 건강하게 그을린 피부를 뽐내며 자신을 '상남자'라 불러달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무엇이든 척척 해내겠다는 그의 선언은 불안했던 우리의 마음을 단번에 무장 해제시켰다. 사피섬의 푸른 바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