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멀리할수록 중립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멀리하는 순간 누군가의 정치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교사들이 정치에서 배제되어 온 시간은 바로 그 사실을 증명하는 역사였다. 학교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의 목적과 내용, 방법은 갈수록 현장과 괴리된 기준으로 규정되고 있다. 다양한 특성과 수준, 지역의 문화와 요구는 사라지고, 국가와 정부가 정한 일방적 기준이 학교를 덮는다. 교실의 복잡한 현실을 경험하지 않은 판단은 언제나 단순하고, 단순한 판단은 문제를 고착화시킨다. 창의적 개선이 이루어지더라도 더디거나,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단발성에 그친다. 학교폭력예방법, 돌봄 정책, 급식, 대입 제도, 교과서, 교사 수급과 임용·배치 전반에서 현장의 목소리는 "청취"되지만, 실제 반영은 극히 제한적이다. 수많은 교사의 집단적 경험과 전문성은 데이터가 아닌 '개별 의견'으로 축소되고, 정책은 형식적 검토로 귀결된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구조 역시 예산과 인력, 제도의 대부분을 행정가 중심으로 결정한다. 전문직이 존재하더라도 지속적 근무가 아닌 순환 보직과 시책사업 단위로 소모된다. 이러한 구조는 낯설지 않다. 역사적으로 정치에서 배제된 집단은 늘 비슷한 과정을 겪어왔다. 산업화 초기 노동자들은 "현장은 모르니 정치에 개입하지 말라"는 논리 속에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을 감내해야 했다. 여성 역시 오랜 기간 '가정의 역할'이라는 명분 아래 정치적 권리를 제한받았고, 그 결과 노동·복지·교육 정책은 남성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정치에서 배제된 집단은 언제나 '보호의 대상'으로 불리며, 실제로는 희생의 주체가 되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