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시간제 노동자들이다. 시간당 급여를 받는다. 성과급이 아니라!" 쿠팡Inc 김범석 의장이 고 장덕준씨 산재사망사고를 은폐하라는 지시를 하면서 쿠팡 직원에게 한 이야기입니다. 장덕준씨는 쿠팡 대구칠곡물류센터에서 1년 4개월간 일하다 2020년 10월 12일 심근경색으로 사망합니다. 김범석은 고 장덕준씨의 영상을 분석해 과로사가 아니라는 걸 입증하고 싶었겠지만, 영상 속의 장덕준씨는 쉴틈 없이 일하고 있었습니다. 고인은 매일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주5~6일 일했습니다. 1년 동안 일하면서 몸무게가 무려 15kg이 빠졌습니다. 불성실하게 일한 증거를 찾기가 어려웠는지 쿠팡은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재판에서 고 장덕준씨가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가 사망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4시간 골프를 쳐도 1만 5천보는 걷는다"며 과로사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고인의 CCTV를 본 또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유족입니다. 유족은 2024년 MBC와의 인터뷰에서 전 국민이 아들의 CCTV를 봤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노동자 감시와 통제의 역사 '노동자는 시간만 때우면 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일할 리가 없다'는 김범석의 의심은 노동력을 구매해 이윤을 얻는 모든 자본가가 가진 근원적 불안입니다. 그래서 자본주의의 역사는 노동자에 대한 통제와 감시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가 잘 아는 테일러리즘은 대표적인 노동자 통제방식입니다. 미국의 프레더릭 테일러는 1911년 '과학적 관리법'을 출판해 생산현장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노동자의 동선과 동작 재료낭비 등을 막기 위해 최적의 관리체계를 만드는 것이죠. 작업을 표준화하고 세분화해 누구나 똑같은 속도로 일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기계의 속도에 인간을 맞추면 노동자들에게 쉬지 않고 일을 시킬 수 있습니다. 테일러는 초시계로 각 동작을 마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측정해 '최적의 동작'을 발견하려 했습니다. 포드 공장이 테일러리즘을 도입해 성공을 거두면서 테일러-포드주의가 산업의 주요한 시스템으로 자리잡습니다. 20세기 초 자동차공장이 테일러리즘을 보여줬다면 20세기 후반에는 맥도날드가 테일러리즘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조지 리처 메릴랜드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서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에서 맥도날드는 효율성, 계산가능성, 예측 가능성, 자동화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한다고 합니다. 맥도날드는 아이스크림은 세 바퀴 반을 돌려야 한다, 감자튀김 소금은 20cm 위에서 뿌려야 한다, 햄버거는 45초 내에 만들고, 배달은 17분 30초 안에 해야 한다는 등 세세한 매뉴얼을 둬 노동자들의 노동을 표준화하고 통제합니다. 새로운 감시체계, 디지털 테일러리즘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