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기사 : 쿠팡 알바 쉬는 시간, 담배 대신 내가 뽑은 것 )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작업장에서 하던 일을 계속 이어 나갔다. 상품이 실린 카트가 나오는 곳에서, 진열 작업자가 있는 곳까지의 거리는 20~30m 정도 될 듯싶었다. 한 번에 하나의 카트만 옮기기에는 물량이 버거운 수준으로 나왔다. 결국 팔을 넓게 펴거나, 카트를 앞뒤로 연결하여 두 대씩 밀고 나갔다. 그래도 물건이 실린 카트를 미는 것은 괜찮았다. 그저 카트를 받아서 전달하기면 하면 되니까. 번거로운 쪽은 진열을 마친 카트를 되돌려 놓는 일이었다. 한 번에 여러 개의 카트가 나올 뿐만 아니라, 빈 카트 위에 올려진 토트도 따로 정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몸은 힘들지만 나름으로 속도 조절을 해가며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관리자가 나와 진열 파트의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이제 진열 작업 위에서 할 거예요. 워터 분은 엘리베이터에 카트 실어서 올려주시고요." 오, 이런. 입고 파트에서 바코드를 찍어 상품을 카트에 올리는 일은 같은 층에서 그대로 진행하지만, 선반 위에 상품들을 진열하는 업무는 층을 달리해서 작업을 하는 듯했다. 진열 작업을 하던 여러 명의 작업자가 철제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나에게 워터 업무를 알려준 사람에게 엘리베이터 사용법을 들었다.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일 모든 화물 엘리베이터가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개 일상적으로 사람이 타는 엘리베이터와는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사람이 타는 엘리베이터는 '열림'이나 '닫힘'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문이 열리고 닫히지만, 화물용 엘리베이터는 문이 완전히 열리거나 닫힐 때까지 버튼을 누르고 있어야만 한다. 문이 열리거나 닫히기 전에 버튼에서 손을 떼버리면 그와 동시에 문도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완벽한 개폐와 엘리베이터의 이동을 위해서는 한동안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있어야 하고 이것은 곧 엘리베이터에 내 몸이 묶여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카트를 옮기는 시간은 이전보다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총 두 대의 엘리베이터에 카트를 실어 위층으로 올린다. 때로는 세 카트를, 때로는 다섯 카트를, 때로는 여섯 카트를. 그러면 위층에서 카트를 빼낸 후 빈 카트를 실어 내려 보내준다. 내가 올려야 할 카트를 거의 다 올려놓고 조금 쉬어도 되겠다 싶을 때 빈 카트는 내려온다. 때로는 네 카트가, 때로는 여섯 카트가, 때로는 열 카트가. 업무에 숙련된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빈 카트는 한 번에 서너 개 정도 끄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였다. 한 번에 카트 열 개 정도가 내려오면 한두 번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는 정리가 되지 않았다. 카트를 올리고, 빈 카트를 되돌리는 일. 단순히 반복되는 이 일은 끝날 듯 끝날 듯하면서도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끝없이 언덕 위로 바위를 밀어 올려야만 했던 시지프스의 형벌을 산다면, 이런 기분일까. 반복되고 지체되는 일에 어느새 한쪽 어깨와 손목이 아파온다. 카트를 당기면서 카트 바퀴에 발뒤꿈치가 차이는 시간이 늘어난다. 안전화를 신어야 한다고 했을 때는 귀찮음이 앞섰지만, 이렇게 몇 번 발을 차이고 나면 안전화에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장시간 걸음으로써 발바닥이 뜨끈해진다. 어디서 잘못된 걸까. 오른쪽 새끼발톱 한쪽이 들린 기분이 들었다. 알바 첫날 비교적 수월하게 일을 시작했다고 생각했지만,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