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연 대표를 처음 알게 된 건 2017년 그의 남편인 이승일님을 통해서였다. 당시 나는 이커머스 기업에서 장애/비장애인이 함께 입는 유니버설디자인의류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고객인터뷰차 휠체어 이용자인 이승일님과 만나 인터뷰를 했다. 승일님이 "제 아내가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정보 만드는 회사를 곧 차립니다"라고 소개했다. 어느덧 8년차가 된,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정보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 소소한소통의 백정연 대표를 만났다. "장애인의 일상적 차별 사업적으로 해결하는 기업" -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정보를 만드는 소소한소통을 운영하는 백정연이다. 2017년에 회사를 시작해서 벌써 8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21명의 직원들과 함께 쉬운 정보를 만든다. 처음엔 즐거워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함께 하는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대표가 되었다." - 사회복지를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회복지사로서 창업을 한다는 게 조금은 남다르게 여겨지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일하다가 잠시 쉬기 위해 그만두었을 때 15년차 사회복지사였다. 원래 재취업을 하려 했는데 그러다 우연히 한국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을 알게 되면서 '쉬운 정보를 만드는 회사'를 만들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창업계기는 이전 직장을 다닐 때인 2015년 11월 발달장애인법에 쉬운 정보가 권리로서 들어가게 됐는데 실제로는 그런 정보를 만들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없어서였다. 내가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장애를 가진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 장애 관련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남편은 어떻게 만났나? "같은 건물에서 근무했다. 남편은 척수장애인협회 회계 담당이었고 나는 장애인개발원에서 협회 연구비 지원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그때 남편은 나한테 호감이 있는 느낌이었다. 전자계산서로 충분히 대체 가능한데 굳이 종이 세금계산서를 가져오고 그랬던 거지. 30대 중반 그 당시 나는 연애도 쉬는 중이었고 결혼 생각도 없었는데 당시 남편이 식사를 하자고 하더라. 치킨에 맥주 한 잔을 기울이게 됐는데 무려 4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말이 잘 통했던 거다. 눈에 스파크가 튀었다. 그렇게 결혼에 골인했다. 나는 나름 장애감수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회복지사였다. 전문가로서는 괜찮은 마음가짐을 가졌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그런데 결혼 후 남편과 함께 일상을 직접 겪어보니 내가 몰랐던 불편한 상황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결혼 초기엔 남편과 외출할 때 영화관 같은 곳에서 제대로 편의를 제공받지 못해 남편이 언성이 높아지면 '그냥 넘어가지. 왜 저러지…'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나와 똑같이 세금 내고, 똑같이 사회생활하는 저 남자는 왜 내가 1시간밖에 안 걸리는 거리를 3-4시간 걸려 움직여야 하는지, 왜 나는 남편이 늦게 들어온다고 하면 '일반택시도 탈수 없을 텐데 어떻게 귀가하나'라는 식으로 성인 남자를 걱정하고 있어야 하는지 화가 나기 시작했다. 지금도 비슷하다. 남편은 신혼 초에 비해 '스스로 장애에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함께 외출하면 나는 여전히 화나는 게 많다. 비장애인인 나의 일상과 장애인인 나의 일상이 너무 비교돼서다. 어떻게 보면 소소한 소통을 만든 이유도 장애인의 일상적 차별을 사업적으로 해결하려는 좋은 기업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 그 '화나는 일'중에서도 으뜸은 무엇이었나? "'신도림역 사건'이다. 2017년 일이다. 남편과 신도림역에서 지인 식사 후 역사로 내려 갈 엘리베이터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 신도림역 사무실에 전화했다. 공익근무요원이 귀찮다는 듯 한참 뒤 나타났다. 테크노마트 안으로 들어가 복잡한 길을 통과해 겨우 엘리베이터를 타고 신도림역에 도착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역무실에 가서 '길이 복잡하니 안내문을 친절히 붙여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이건 우리 일이 아니다"라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테크노마트나 구청이 해야 하는 일 아니냐며 책임을 미루는 거였다. 안내문 하나 붙이는 일에 관할과 책임을 논하다니. 남편도 나도 화가 나서, 약속 못하면 집에 안 가겠다고 버텼다. 소위 진상고객이 된 것이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