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장에 조작까지... 목숨 걸고 징집 피하는 우크라이나 사람들

지난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서비스(SBU)는 병역기피 조력조직을 이끌다 체포된 8명의 신상을 공개했다. 이들은 비상계엄법에 따라 출국이 금지된 25세에서 60세 남성의 불법 국경 횡단을 도운 자들로 최고 10년형에 처해질 전망이다. 이들은 버려진 가스 파이프라인이나 가짜 군용 트럭 이용, 의료기록 조작, 변장 등 다양한 수법으로 병역기피자들의 해외 도피를 도왔다. 우크라이나의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국경수비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2022년 2월 말 전쟁 시작 이후부터 2025년 5월까지 불법으로 국경을 넘으려다 국경 지역에 구금된 병역기피자 수가 4만9000명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병역기피는 전쟁 초기부터 계속 문제가 됐고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하고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가 됐다. 2024년 3월 BBC는 전쟁 시작 이후 2년 동안 징집을 피하려고 불법으로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남성이 약 65만 명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병역기피자의 국경 횡단을 돕는 조직은 전국적으로 확산했고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군의 병력 부족은 심해졌다. 폴리티코는 병역기피자의 해외 도피 증가, 병력 부족 문제와 관련해 비탈리 클리쉬코 키이우 시장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그는 "인적 자원, 특히 병력과 관련해 큰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현재는 25세부터 징집할 수 있는데 23세 또는 22세로 징집 연령을 1-2년 낮출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이우 시장의 말은 병력 부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확인해준다. 국경을 넘는 사람들 라디오프리유럽의 보도에 따르면 징집을 피하려고 국경을 넘는 남성들은 조력 조직에 보통 1만5000달러(약 2170만 원) 정도를 주고 조직들은 검문을 피하기 위해 어린이들을 가이드로 쓰곤 한다. 하지만 돈을 지불하고 가이드를 고용한다고 쉽게 국경을 넘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우크라이나군의 검문과 병역기피자 수색팀을 피하는 것도 힘들지만 국경을 넘는 것 자체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5일 동안 카르파시안산맥을 넘어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34세의 빅토르 핀카소프는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난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키이우에서 택시를 운전했던 그는 우크라이나 상황을 더는 참을 수 없었다며 "푸틴, 젤렌스키, 트럼프 누구도 평화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 이상을 준비했고 에너지바와 생존 장비를 갖추고 국경수비대를 피해 간신히 루마니아에 도착했고 EU로부터 임시 보호 지위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핀카소프는 운이 좋았던 것이고 험준한 산을 넘다 죽거나 강에 빠져 익사하는 경우도 많다고 CNN은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42세의 남성은 CNN에 "영하의 날씨에서 5일 동안 산비탈을 헤매다 동상이 걸려 발가락을 모두 잃었다"며 "매순간이 고통이었다"고 말했다. CNN은 그는 징집을 피하려 목숨을 걸고 매일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을 넘는 10여 명 중 하나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전쟁 시작 직후 우크라이나 정부는 18세부터 60세까지 남성의 출국을 금지했다. 2025년 8월 정부는 18-22세 남성의 출국을 허용했다. 그러자 EU 국가들에서 우크라이나 이주민에 대한 임시 보호 지위 부여 건수가 급증했다. 폴리티코의 보도에 의하면 9월의 임시 보호 지위 부여 숫자는 2년 만에 가장 많은 약 7만9000건을 기록했다. 미리 징집을 피하기 위해 떠난 우크라이나 남성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짐작할 수 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