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 해의 끝자락, '세밑'과 마주하고 있다. 살아온 날을 숫자로 세는 것이 '나이'라면, 그 세월을 돌아보며 자신의 삶을 가늠하는 몸짓은 '나잇값'이라 부른다. 퇴직 4년 차를 앞둔 지금,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과연 나잇값을 톡톡히 하며 살고 있는가. 탈무드에는 "어떤 사람은 젊고도 늙었고, 어떤 사람은 늙어도 젊다"는 역설적인 문장이 있다. 이 말은 나잇값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흔든다. 살다 보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질문이 있다. "이 나이에 그게 뭐 하시는 거예요?" 핀잔 섞인 그 말에 말문이 막히는 건 반박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다. 도대체 나잇값이란 무엇이며, 그 가격표는 누가 매기는 것인지 새삼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 친구들과 소문난 맛집을 찾았다. 입구부터 북새통을 이루는 가게 안은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주문에 주방은 흡사 전쟁터 같았고, 홀을 누비는 아르바이트생의 눈동자는 초조함에 점차 빨라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옆 테이블에서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같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저기요, 주문한 지가 언젠데 도대체 언제 나와요?"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