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청년 3명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서울·경기·인천)으로 향할 때, 반대로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청년은 단 1명에 불과하다. 이 극심한 불균형이 20년째 반복되면서 대한민국은 거대한 모순에 빠졌다.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수도권에는 청년들이 과부하에 걸려 멈춰 서 있고, 정작 혁신의 동력이 필요한 지방은 텅 비어가고 있다. 도로는 닦이고 건물은 올라가지만, 그 공간을 채우고 움직일 '사람'은 없다. 스스로를 '민간 지역연구소'라 부르는 비커넥트랩의 정홍래 대표는 이 문제의 해법으로 하드웨어 인프라 투자가 아닌 '사람 중심의 재배치'를 제안했다. 그는 지난 3년간 현장에서 진행한 실험 데이터와 일본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청년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국가가 시간을 벌어주는 '한국형 지역부흥협력대'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다. 정 대표는 이러한 내용을 지난 12월 13일 대전에서 열린 한국지역학회 후기학술대회에서 공식 제안하며 학계와 현장의 관심을 모았다. 정 대표를 만나 지역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점과 '한국형 지역부흥협력대'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유, 그리고 향후 활동 방향을 들었다. "우리는 행사 대행사가 아니다"…현장에서 답을 찾는 '연구소' 비커넥트랩은 일반적인 지역 활성화 기업이나 이벤트 대행사가 아니다. 자신들을 '민간 지역연구소'라 정의한다. 이는 모든 솔루션이 책상이 아닌 '현장 연구(Field Research)'에서 출발한다는 확고한 원칙 때문이다. 정 대표는 "지역은 저마다의 고유한 특성과 자원을 가지고 있어 외부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대입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민의 실제 고민과 니즈를 발굴하고, 스타트업의 MVP(최소기능제품) 방식처럼 가설을 세워 현장에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검증된 모델만 사업화한다"며 '연구소'라는 정체성을 설명했다. 비커넥트랩이 지역과 일하는 방식은 '로컬 페이스메이커(Local Pacemaker)'로 요약된다. 페이스메이커는 마라톤에서 선수가 지치지 않고 완주할 수 있도록 옆에서 속도를 조절해 주는 존재다. 정 대표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지역을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과 속도를 맞추는 '파트너 마인드셋'이 핵심"이라며 "지역이 자생력을 갖고 끝까지 달릴 수 있도록 돕는 동반자가 되는 것이 우리의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수도권은 블랙홀, 인프라 투자의 관점 바꿔야" 그가 진단한 대한민국 지역 소멸의 본질은 심각한 '인적 자원의 불균형 배치'다. 정 대표는 "수도권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 청년들을 과도한 경쟁과 비용 압박 속에 가두고 스스로 시동을 끄는 '번아웃' 상태에 빠뜨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지방은 일할 사람이 없어 소멸을 걱정해야 한다. 그는 정책의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도로를 닦고 건물을 짓는 하드웨어 인프라에는 많은 투자가 이뤄졌지만, 정작 그 공간을 채울 사람의 흐름을 트는 데는 소홀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이제는 멈춰버린 수도권의 유휴 인력을 인재가 절실한 지역으로 흐르게 하는 '사람 중심의 재배치'만이 공멸을 막고 상생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폐교를 살린 청년들'… 강진에서의 성과와 아쉬움 비커넥트랩은 자체 프로그램인 '아웃바운더'를 통해 이 가설을 검증해왔다. 아웃바운더는 수도권 청년이 지역에 머물며 지역이 필요로 하는 구체적인 과업을 해결하는 '일 경험(Work Experience)' 중심의 프로그램이다. 가장 최근의 사례가 전남 강진에서 진행한 로컬 RE:SPEC 프로젝트다. 수도권 청년들이 내려와 약 한 달간 머물며 지역의 골칫거리였던 '폐교'를 워케이션 레지던시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낡은 학교는 청년들의 아이디어로 활기를 되찾았고, 참여한 청년들은 "내가 지역에 기여할 수 있다"는 효능감을 얻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