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만하다 싶을 때 뒤통수, 수영과 인생의 공통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선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같은 동작을 하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음악에 살짝 당황했다. 그런데 어쩐 일일까. 내 몸 역시 저절로 반응한다. 아주 오래 전의 국민체조인데, 음악이 흐르자 몸은 자동적으로 그때의 동작들을 만들어낸다. 수영 수업 첫날의 기억이다. 여름이었다. 수영장의 시원한 물을 떠올리며 가볍게 시작한 운동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두어 달만 다녀야지 했던 수영은, 애초의 계획과는 다르게 현재진행형이다. 6월의 수영은 어쩌다 해를 바꿔 1월의 수영까지 오게 됐을까. 수영의 시작은 수영 수업이 아닌 국민체조다. 어릴 때는 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던 체조였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체조를 하다 보면 몸 구석구석 찌뿌둥한 곳들이 하나둘 쭉쭉 펴진다. 상쾌하다. 다음 순서는 물속에서 킥판 잡고 발차기다. 이제 막 수영을 배우는 초급자든, 수영을 10년 가까이 배운 상급자든 동일하다. 일제히 물보라를 일으키며 힘차게 발차기하는 소리가 수영장 전체를 가득 메운다. '생기'나 '활력' 같은 단어를 소리로 바꾼다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할 만하다 싶을 때 새롭게 어려워지는 수영 국민체조와 발차기를 마쳤다면 드디어 본격적으로 수영을 할 차례다. 그런데 이게 참 될 듯 말 듯하다. 국민체조도 발차기도 쓱쓱 했는데, 이쯤에서 주춤한다. 사실 영법이라고 해봤자 자유형, 평영, 배영, 접영 네 가지가 다다. 그래서 기본 영법만 배워도 물에서 뜰 수는 있으니 이 정도면 괜찮다 싶다. 그런데 이만하면 됐겠지 싶을 때마다 새로운 난관과 마주한다. 풀 부이(pull buoy) 다리 사이에 끼우고 자유형하기, 손에 저항 높이는 패들 끼고 자유형하기, 팔은 평영 발은 자유형하기, 롤링하면서 배영하기, 이마 위에 컵 올려 둔 채 배영하기, 접영 팔에 평영 발차기하기 등등 강사님이 제시하는 갖가지 변주 앞에 적잖이 당황한다. 할 줄 안다 생각했던 영법들이, 마치 처음 배우듯 새롭게 다시 어려워진다. 영법은 고사하고 가장 기초인 물 속 호흡부터 흐트러지기도 한다. 새로 배운 동작이 좀처럼 잘 되지 않을 때면 불필요한 동작들로 인해 물을 거스르게 된다. 물속 저항만 한가득이다. 그래서 당황하는 순간, 침착함을 잃는 순간, 호흡이 꼬인다. 몸은 기우뚱, 물은 인정사정없이 콧속으로 맵게 들이친다. 그러다 보면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네." 절로 푸념이 나온다. 할 만하다 싶을 때 뒤통수를 치는 것이, 꼭 우리 인생 같다. 느리지만 나아갑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