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전시와 충청남도의 통합(아래 '대충통합')을 전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섰다.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앞둔 시점이다. 이를 두고 국민주권과 주민 주권을 무시한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한 달간 공론화와 숙의 과정을 거치겠다고 하지만, 연말연시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고려하면 실제 가용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몇 차례의 형식적인 공청회로 명분을 쌓고, 주민투표라는 정공법 대신 여론조사라는 편법으로 시·도민의 의사를 갈음하고, 시도의회의 의결로 합리화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다. 국가 대사(大事)가 그야말로 '대충' 추진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충 통합'의 명분은 크게 두 가지다.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광역지방정부를 구축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일극 체제를 타파하고 지방소멸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명분과 실제 효과 사이에는 논리적 인과관계도, 실체적 상관관계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필자의 의견이다. 이에, 공론화 과정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여덟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1. 통합으로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가, 오히려 수도권의 확장에 그치지 않겠는가? 통합론자들은 대전의 과학기술과 충남의 제조업이 결합해 '규모의 경제'와 산업 간 시너지를 이룰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희망 섞인 기대일 뿐,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인구 360만의 통합시가 2600만의 거대 수도권과 체급(360 대 2600) 면에서 상대가 될 수 있는가? 서울은 단순히 규모가 큰 것이 아니라 세계도시 네트워크의 한 축으로서 비즈니스·인력 생태계와 인프라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광역 교통망 확충으로 수도권과 대전·충남의 물리적 거리가 1시간 이내로 줄어들면, 오히려 '수도권 블랙홀'(빨대 효과)을 심화해 수도권의 경계를 천안·아산을 넘어 대전·충남까지 넓혀주는 '수도권 비대화'의 결과로 귀결될 위험이 크다고 생각한다. 대전과 충남의 통합을 통해 수도권과 '경쟁'하기보다, 각자의 고유한 특성을 살린 수도권과 차별화된 발전 전략을 유지하면서, '기능적 협력'을 강화해야 수도권에 흡수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것 아닐까? 2. 지방소멸 대응이 목적이라면, 광주·전남 통합이 우선 아닌가? 대전·충남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방소멸 위험이 적은 편이다. 통합으로 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훨씬 심각한 상황에 놓인 광주·전남 지역의 통합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광주·전남의 인구 규모는 약 320만 명으로 대전·충남과 큰 차이가 없고, 수도권과의 물리적 거리도 충분해 흡수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독자적 발전 전략을 수립하기에도 유리하다. 통합의 실효성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으로는 오히려 더 적합한 모델이다. 그럼에도 굳이 대전·충남을 1순위로 내세우는 의도는 무엇인가? 3. 천문학적 통합 비용은 누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대충통합'에는 직접 비용(인프라 건설 등)뿐 아니라 환경 파괴 비용, 사회적 갈등 비용, 거대 관료화에 따른 행정 비효율(X-비효율), 시스템 표준화 등 숨겨진 비용이 막대하다. 문제는 재원이다. 지자체 자체 재원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결국 국가재정지원, 특별회계 설치, 교부세 가산, 민간투자 유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불확실한 민간투자를 제외하면 사실상 중앙정부 재정에 대한 의존이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재정 여건은 넉넉하지 않다. 2026년 예산안에서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IMF가 경고하였듯이 국가 부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과연 약속한 수준의 재정 지원을 지속해서 이행할 수 있을까. 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국가 재정이 악화하거나 정치적 상황이 변해 지원이 축소될 경우, 막대한 SOC 비용은 지방의 빚으로 고스란히 지역 주민의 몫으로 남게 될 것이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