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사 찾기 힘든 시대... 그의 병원엔 '응급실 뺑뺑이'가 없었다

지금의 의료계가 참고해도 될 만한 연구 결과가 1993년 겨울호 <한국사회학>에 실렸다. 그해 2월까지 연세대 예방의학교실에 근무했던 박종연 박사의 '한국 의사의 전문직업성 추이-의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및 태도 변화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이다. 서울 시민 500명에 대한 면접조사와 전국 의사 242명에 대한 설문조사에 기초한 이 논문의 연구 항목 중 하나는 '시민들이 일반 전문직종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가'와 '시민들이 의사 직업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가'를 비교하는 것이다. 매우 그렇다(5점)-약간 그렇다(4)-보통이다(3)-별로 그렇지 않다(2)-전혀 그렇지 않다(1) 중에서 하나를 택하게 하는 식으로 이 조사가 진행됐다. '전문직은 특수 지식을 가진 집단이다'(A)에 동의하는 응답은 5점 만점에 4.76으로 나오고, '의사들은 특수 지식을 가진 집단이다'(B)에 동의하는 응답은 4.59로 나왔다. B를 A로 나눈 백분율은 96.4%다. '전문직종은 보통 사람들이 근접하기 힘든 특수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일반인들의 기대치에 대해 의사 직업이 100% 가까이 부응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의사 직업은 권위를 갖고 있다', '영향력이 크다', '수입이 많다'와 관련해서는 105.8, 103.5, 114.0이라는 수치가 각각 나왔다. 의사의 권위·영향력·수입이 일반 전문직종에 비해 높다는 인식이 투영된 결과다. 반면, '의사는 재미있고 보람 있는 직업이다', '사회에 봉사하는 직업이다', '윤리가 확립된 직업이다', '신뢰하고 존경할 만한 직업이다'와 관련해서는 각각 75.6, 90.2, 81.2, 81.9가 나왔다. 의사들이 일반 전문직종에 비해 권위·영향력·수입은 높고 보람·봉사·윤리·신뢰성은 낮다는 사회적 인식을 보여주는 결과다. 위 논문은 "의사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 근래의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말한다. 논문이 나오기 얼마 전인 1980년대에 의사에 대한 평가가 많이 바뀌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그 1980년대에 사회에 봉사하고 직업윤리가 철저하며, 신뢰받고 존경받을 만한 의사의 길을 추구한 인물이 있다. 1981년에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한 청년 이태석이 그 주인공이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의사가 되고 싶다"... 이태석의 삶 훗날 의사 겸 신부의 길을 걷게 될 이태석은 부산 자갈치시장 인근에서 1962년 9월 19일 출생했다. 이 가정은 한국전쟁 때 충청도에서 부산으로 피난했다가 1962년 2월 판잣집과 천막집이 많은 부산 서구 남부민동의 천주교주택에 입주했다. 이곳이 그의 출생지다. 오스트리아 가톨릭 부인회의 재정 지원으로 17평짜리 함석지붕집인 그곳에 들어갈 때만 해도 이 가족은 부부와 8남매였다. 이태석은 그해 가을에 태어난 아홉째다. 그 뒤에는 열째가 태어났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