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초 송년회 자리에서 누군가 내게 강원도 '인제 기적의 도서관'을 가볼 것을 권했다. 인생 도서관이라 부를 만큼 멋진 곳이라 했다. 일상적인 공간이라 여겼던 도서관 앞에 '기적'이라는 말이 붙으니 괜히 마음이 움직였다. '인제'. 인제라고 도서관이 없을 리 없겠지만, 인생 도서관이라 불릴 만큼 인상적인 공간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내린천과 백담사, 3.8선 휴게소, 자작나무 숲. 내 머릿속에 그려져 있던 인제의 지도는 그 정도에서 멈춰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15일, 기적을 만나기 위해 인제로 향했다. 양양고속도로와 44번 국도를 신나게 달렸다. '인제 신남'이라는 교통 표지판을 보자 마음이 더 들썩거렸다. 평일이라 그런지 예상보다 빨리 도서관 주차장에 도착했다. 고대 원형 경기장을 닮은 원통 모양의 도서관 내가 상상했던 우뚝 솟은 우람한 건물은 아니었다. 이 말만은 절대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귓속에 오래 남아 있던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라는 말이 결국 떠올랐다. 도서관 건물이 진짜 원통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권위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로마제국의 고대 원형 경기장을 연상시키는 숭고함이 느껴졌다. 공공도서관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을 만큼, 이곳에 들어서려면 미리 예매한 티켓을 내밀어야 할 것만 같았다. 원통 안으로 들어서자 상상 이상의 공간이 펼쳐졌다. 웅장한 층고, 원 안을 가득 채운 마법 같은 책들의 정렬, 자작나무처럼 곧게 뻗은 흰 기둥들, 인공조명이 아니라 은은하게 쏟아지는 자연 채광. 도서관 안의 모든 공간이 한눈에 들어왔다. '와.'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