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예산처 장관 ‘보수’ 이혜훈 파격 발탁

李후보자, 3선 의원 출신 경제통 국힘 “황당” 즉각 제명 절차 착수 ‘尹 탄핵 반대’ 전력 논란… 이혜훈 “대통령 방침 깊이 공감” 이재명 대통령이 다음달 2일 새로 출범하는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에 이혜훈(61)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발탁했다. ‘보수 경제통’으로 국민의힘 계열에서 3선 의원을 지낸 인사를 파격 지명한 것으로 이 대통령이 보여 준 통합·실용주의 인사의 정점으로 평가된다. 다만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등 이 후보자의 과거 행적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 후보자를 포함한 7명의 장·차관급 인사를 발표했다. 이 수석은 “이 후보자는 경제민주화 철학에 기반해 최저임금법, 이자제한법 개정안 등을 대표 발의하고 재벌의 불공정거래 근절과 민생 활성화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다년간 의정활동을 바탕으로 곧 출범하는 기획예산처가 국가 중장기 전략을 세심하게 수립해 미래 성장 동력을 회복시킬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위원을 지냈다. 서울 서초갑에서 17·18·20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기획재정부 등을 소관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과 예결특위 간사, 정보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보수 진영의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정부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1월 2일부터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재정경제부와 예산 및 기획을 맡은 기획예산처로 나뉜다. 신설 기획예산처의 수장은 장관급 국무위원으로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이 후보자는 입장문을 내고 “성장과 복지 모두를 달성하고 지속 성장을 이뤄 내야 한다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목표는 평생 경제를 공부하고 고민해 온 저 이혜훈의 입장과 똑같다”고 했다. 이어 “정치적 색깔로 누구든 불이익 주지 않고 적임자는 어느 쪽에서 왔든지 상관없이 기용한다는 이 대통령의 방침에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여야 정치권은 이 후보자 지명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분위기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지역구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올해 조기 대선에서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맡는 등 이재명 정부와 거리를 둔 인물이다. 이에 대해 이 수석은 “이 대통령의 국정 인사 철학이라는 게 기본적으로는 통합과 실용인사라는 두 축이 있다”며 “이러한 인사 원칙을 이번에도 지켰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여당 지도부 인사는 “생각도 못 한 파격적인 인사”라면서 “대통령 말씀처럼 전문성과 실력, 국민에 대한 충성이 있으면 내 편 네 편 따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을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탈당계도 내지 않았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27일에는 국민의힘 서울지역 당협위원장 21명의 내년 6월 지방선거 경선 당심 확대 반대 성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는 탄핵 반대 집회와 석방 집회에 앞장섰다. 국민의힘은 이날 곧바로 서면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 후보자 제명 절차에 착수했다. 앞서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내정자의 행보는 자기 출세를 위해 양심과 영혼을 팔았던 일제 부역 행위와 다름없다”고 중앙당에 즉각 제명을 요구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는 김성식(67) 전 국민의당 의원을 임명했다. 김 신임 부의장은 중도 성향으로 18·20대 국회의원을 지낸 경제통으로 꼽힌다. 김 부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몇 년 전 정치 일선을 떠나면서 당적도 없다. 사실 이 대통령과 저는 일면식도 없다”며 “저의 평소 모토대로 바르게 소신껏 일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 이 대통령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에는 핵융합 연구에 40년 가까이 매진해 온 이경수(69) 인애이블퓨전 의장을 임명했다. 또 국토교통부 2차관으로는 홍지선(55) 경기 남양주시 부시장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는 김종구(57) 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을 발탁했다. 국토부 2차관이 약 5개월 만에 교체된 데 대해 이 수석은 “누적된 문제들이 꽤 있는데 정책의 실행력을 조금 더 높이기 위한 인사”라고 밝혔다.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에는 6선의 조정식(62)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책특별보좌관에는 이 대통령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69) 경제·인문사회연구원 이사장이 각각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