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진작 나왔더라면 게임하는 아들과 불화하지 않았을텐데

11월 어느 날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국어교육계 원로이신 박인기 선생(경인교육대학교 명예교수)의 글을 읽게 되었다. 청소년기 아들의 게임 몰입으로 아들에게 꾸중만 한 아버지의 고백이었다. 고등학교 때 시험 등수보다 게임 등수가 더 높았다는 아들, 군 복무 시절 면회 가서 보낸 일박도 밤새 게임만 했다는 아들. 그런 아들이 생애 첫 책 <인간의 게임, 게임의 인간>을 내놓자 아버지는 이렇게 썼다. "이런 책이 진작에 나왔더라면 아들과 불화하는 길로 들어서지 않았을 텐데." 호기심이 발동해 박종윤 작가의 책을 얼른 구입해 읽게 되었다. 필자도 두 아들이 늘 게임으로 어울리는 상황을 이해 못한 똑같은 아버지였기에. 지난 12월 23일 성탄절을 앞두고 필자 사무실 근처 카페에서 취재라기보다 두런두런 내가 아버지가 된 양 첫 책을 낸 작가와 대화를 이어갔다. 박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직접적 계기는 몇 해 전에 김천시립도서관에서 게임을 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 대상 강연을 했는데 워낙 반응이 좋아 본격적으로 쓰게 됐다고 한다. 박작가는 최근 숭실대 융합 전공 과정 박사학위 최종 심사를 통과한 터라 그런지 아니면 신바람 게임을 얘기해서인지 내내 얼굴이 밝아 있었다. "게임과 독서는 대립관계 아냐, 열린 대화로 규칙 만들어야" - 작가님께서는 공학도 출신이자 30년 경력의 열혈 게이머로서 게임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분석하셨습니다. 먼저, 게임을 단순히 아이들의 놀이가 아닌 '인류의 문화적 DNA'라고 표현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네, 많은 분이 게임을 현대 기술의 산물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게임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해 왔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세네트', 6세기 인도의 '차투랑가' 같은 게임들이 그 증거죠. 우리 조상들이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몰랐다는 설화처럼, 몰입형 놀이가 주는 즐거움과 그에 따른 경계심은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본성입니다. 즉, 게임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인류 문명과 함께 진화해 온 문화적 유전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그렇군요. 하지만 현대 부모님들에게 게임은 여전히 '공부의 적'이나 '중독의 원인'으로 비치곤 합니다. 특히 독서와 비교하며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맞습니다. 부모님들은 독서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길 바라지만, 아이들은 게임의 즉각적인 재미와 보상에 끌리죠. 독서는 텍스트를 해독하고 상상하는 과정에서 뇌 전체를 쓰지만, 게임은 시청각 자극에 반응하는 방식이라 뇌 활용 기제가 다릅니다. 하지만 게임과 독서를 대립 관계로만 볼 게 아니라, 각기 다른 역할이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게임은 스트레스 해소와 정서적 안정이라는 긍정적 기능도 분명히 있거든요.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열린 대화'를 통해 아이가 왜 게임을 좋아하는지 공감하고 규칙을 함께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게임을 '질병'으로 보느냐 '약'으로 보느냐 하는 논쟁도 뜨겁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등재 이슈도 있었고요.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