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클수록 챙길 게 많아진다. 흔히들 ‘육아’라고 하면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육체노동’을 떠올리지만, 성장 단계별로 필요한 정보와 물품을 탐색하고 구비하는 ‘기획 노동’의 비중도 상당하다. 시기에 맞는 책과 장난감을 고르고 들이는 일이 만만치가 않다. 개월 수별 아기 ‘국민템’이라는데 죄다 나만 모르는 것투성이다. 뒤늦게 좋다는 장난감 몇 개를 주문하고, 일부는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손품을 팔았다. 문화센터 수업도 등록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했는데 이즈음부터 많이 하는 방문 수업도 따로 있다고 한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동안은 잘 먹고 잘 자기만 하면 됐는데, 월령별 발달 과업이 늘면서 슬슬 교육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가 없다. ‘두뇌 발달 골든타임 놓치지 마세요!’ 알고리즘을 점령한 콘텐츠들이 맞벌이 부모의 불안을 부추긴다. ‘9개월 아기 도서 전집 비교’, ‘발달 느린 아이, 이렇게 놀아주세요’ 정보는 또 어찌나 많은지, 다른 부모들의 부지런함에 감탄하면서도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