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속 판도라의 상자(원래는 항아리였으나, 16세기 이후 상자로 오역된 뒤 정착됨)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호기심 많은 판도라는 절대 열어서는 안 될 상자를 열고 만다. 상자 안에는 질병과 고통, 불행 같은 온갖 재앙이 들어 있었고, 뚜껑이 열리자 그것들은 밖으로 나와 세상에 퍼지게 됐다. 놀란 판도라는 허겁지겁 상자를 닫았지만 이미 재앙은 다 빠져나간 뒤였고, 오직 ‘희망’만이 그 안에 남아 있었다. 이후 결말은 둘로 갈린다. 희망이 상자 속에 남아 인간과 함께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와, 희망이 판도라에게 부탁해서 밖으로 나와 세상에 퍼지게 됐다는 이야기다.》왜 이런 사달이 난 것일까.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와 그의 동생 에피메테우스에게 인간을 만들라고 명했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신의 허락도 없이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어버렸다. 성질 나쁜 제우스가 이를 그냥 두고 볼 리 없다. 프로메테우스는 쇠사슬에 묶인 채 독수리에게 매일 간을 쪼아 먹히는 신세가 되었고, 에피메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