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한 살이 늘어난다. 예전 같았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일이다. 회사 다닐 때 나이는 농담처럼 오가던 주제였을 뿐, 삶의 무게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런데 퇴직을 하는 순간 달라졌다. 나이는 검은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퇴직하고 제일 당황스러웠던 건 다름 아닌 내 나이였다. 채용 공고를 살필 때면 늘 심장이 쿵쾅거렸다. 자격 조건에서 경력 사항보다 나이 기준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게 되었다. 뭔가를 하려 하면 대부분 나이가 걸렸다. 면접이든 상담이든 이야기가 길어지기도 전에 내 나이부터 밝혀야 했다. 그때마다 느꼈다. 퇴직 후의 나는 지난날 이루었던 성과보다 살아온 햇수만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을. 동네 마트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러 간 적이 있다. 캐셔 모집이라는 게시물을 보고 이거다 싶었다. 직장에서 계산대 업무를 해 본 이력도 있고 상품을 다루는 데도 능숙해 일하는 데는 자신 있었다. 어렵사리 찾아간 나에게 매니저는 대뜸 몇 살인지를 물었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