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 화풍 만들기 前 실험작, 30년뒤 ‘건초더미’ 연작 주인공으로

집안의 사업을 물려받으라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향을 떠나 파리로 온 클로드 모네. ‘화가로 살겠다’는 강한 의지로 불탔던 20대 청년은 화실에서 만난 친구 오귀스트 르누아르, 알프레드 시슬리와 함께 이젤과 화구를 들고 퐁텐블로 숲으로 향한다. 당시는 많은 학생이 화실에서 옛날 작품이나 모델을 보며 누드화, 역사화를 그리던 때. 그럼에도 세 청년이 자연으로 향한 건 “숲으로 나가서 빛을 잡아라”는 스승 샤를 글레르의 조언 덕이었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의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에 출품된 ‘샤이의 건초더미’는 모네가 스물세 살에 그린 풍경화다. 배경은 퐁텐블로 숲 근처 샤이의 들판. 그런데 모네 하면 흔히 떠오르는 짧고 빠른 붓 터치나, 물체의 표면에 반사된 빛의 효과가 이 그림에선 보이지 않는다. 모네가 아직 인상주의 화풍을 만들기 전인 초기의 그림이기 때문이다. 이때 모네는 자연으로 나아가 풍경 그리기에 몰두했던 바르비종 화가들의 영향을 받아 여러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