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네 살 손자가 가장 자주 하는 놀이는 블록 쌓기다. 크고 작은 블록들을 높이높이 쌓아 올리고는 소리치며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할머니, 이것 좀 보세요! 로리가 집을 이만큼 높게 지었어요. 여기는 할머니 집이에요. 나무도 있고 동물들도 있어요!" 블록을 쌓아 바닥에 하나의 마을을 만들어 놓고, 한참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천진하다. 그런데 지나가다 모르고 블록 한켠을 건드렸다. 쌓아 올린 구조물이 조금 무너졌다. 그걸 본 로리는 곧바로 대성통곡을 한다. "내가 만들어 놓은 집을 할머니가 무너뜨렸어. 건드리면 안 되는데… 난 몰라! 아까처럼 해 놔요! 아까처럼!"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하던 순간, 한 권의 그림책이 떠올랐다. 노인경의 그림책 <특종! 쌓기의 달인>(2024년 4월 출간)이다. 이 책에는 매일같이 쌓는 일만 하는 아이 둘이 등장한다. 새 방송국 기자인 비둘기는 이 아이들을 인터뷰하기로 한다. "매일매일 탑을 쌓는다고 들었습니다. 정말인가요?" "네, 정말이에요." "이유가 뭔가요?" "좋아하니까요." 아이들은 그렇게 말한 뒤에도 계속 물건을 쌓기에 바쁘다. 비둘기 기자는 쌓는 이유를 묻고, 규칙을 묻고, 목적을 묻는다. 그러나 아이들의 대답은 늘 비슷하다. 좋아서, 재미있어서, 다시 쌓고 싶어서, 무너뜨리고 싶어서.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