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안 오고 '쿠팡 판촉 쿠폰' 돌리는 김범석... 국민이 호구인가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이름,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누군가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정보들이 한꺼번에 새어나갔다. 사고 발생 30일 만에 쿠팡이 내놓은 대책은 1조 6850억 원 규모의 보상안이었다. 1인당 5만 원 상당. 숫자만 보면 거창하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보상이라 부르기 민망한 것 쿠팡이 지급하겠다는 5만 원은 현금이 아니다. 쿠팡 전 상품 구매권 5천 원, 쿠팡이츠 5천 원, 쿠팡 트래블 2만 원, 알럭스 2만 원. 모두 쿠팡 생태계 안에서만 쓸 수 있는 이용권이다. 더 기가 막힌 건, 이 5만 원을 한 번에 쓸 수도 없다는 점이다. 쿠팡은 이 금액을 네 조각으로 쪼개서, 각각 다른 서비스에서만 쓸 수 있게 만들어놨다. 쿠팡이츠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5천 원을 받기 위해 쿠팡이츠에 가입해야 한다. 쿠팡 트래블이나 알럭스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 서비스를 알아보고, 가입하고, 써야만 2만 원씩 받을 수 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람 중에는 쿠팡을 자주 쓰지 않는 사람도 있다. 탈퇴한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보상은 무슨 의미인가.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사과하는 게 아니라, 한 번 더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라고 권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쿠팡이 이 보상안을 발표한 날은 12월 29일이다. 국회 청문회 하루 전이다. 정치권의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의 사과문에 이어 서둘러 꺼낸 카드다. 타이밍이 말해준다. 이 보상안은 피해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는 걸. 청문회를 앞두고 "우리는 뭔가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걸. 그래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이날 "고객을 위한 책임감 있는 조치를 취하는 차원에서 보상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최고 책임자인 김범석 의장은 30일부터 이틀간 열릴 국회 쿠팡 청문회에는 불출석 방침을 통보했다. 책임자는 보이지 않고, 쿠폰만 남았다. 책임이 무거울수록, 얼굴은 먼저 보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그 순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3천만 명이 넘는 국민의 정보가 유출된 상황에서도, 김범석 의장은 직접 나와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걸까. 불안은 쿠폰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