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인 수영 자세를 다듬기 위해 수영 강습을 받기 시작했다. 첫날, 수영 코치가 나에게 나이를 물었다. 머릿속에선 진즉 숫자 하나가 떠올랐지만, 난 내 나이가 몇이더라... 하며 시간을 끌었다. 아하하, 하는 괜한 웃음도 지었다. 한참 후 나이를 말하고 나서, 나이를 말하는 게 왜 이렇게 주저되는지 생각했다. 나이가 많은 게 미덕인 사회가 아니고 내 나이는 적지 않아서다. 새로운 나이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계속 자꾸 한 살, 한 살이 더해져 항상 내 나이가 어색하다. 내 입으로 그 숫자를 말하면서 나도 놀란다. 아, 내가 벌써. 그러나 한탄은 아직 이르다. 며칠 지나면 또 한 살을 먹으니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데 나이 먹는 건 왜 공짜인가. 나이와 시간에 대해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시기, 연말이 되었다. 눈길 끄는 낭만 야구 남편의 추천으로 <리듬 앤 베이스볼> 이란 카카오 웹툰을 보게 되었다. 방출된 투수와 포수 이야기다. 원래도 사이가 좋지 않던 42살인 최고령 투수와 포수가 경기 중에 치고받고 난타전을 벌인 후, 각 팀에서 방출됐다. 이후에도 둘은 포기하지 않고 다음 시즌 프로에 합류하기 위해 훈련을 계속한다. 딱 1년만 더 시즌을 뛰고 방출이 아닌 제대로 은퇴를 하고 싶어서다. 한 해가 지났고 그들은 마흔셋이 됐으며 프로의 벽은 생각보다 높아 육성선수로도 뽑히지 못한다. 그 바닥에서 그들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30년을 원수로 지냈던 그들은 우연한 기회로 화해하고 하나의 배터리(투수와 포수를 같이 지칭할 때 '배터리'라고 한다)로 프로 입단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발톱이 빠지고 몸에 멍이 들고 손이 다 부르튼다. 그들이 다시 프로에 도전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구단 관계자들은 코웃음을 친다. 프로에서 뛰기엔 너무 늙었다며 꿈을 좇는 그들을 비웃는다. "낭만? 야구판이 가장 현실이야." 그러나 그들은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했던 프로에 재입성한다. 현실 감각이 없다며 그들을 비웃을 때 쓰던 '낭만'이란 단어가 현실을 뛰어넘은 그들에게 감탄할 때 쓰이게 된다. 관중들은 그들에게 '낭만'을 보여달라고 하고, 신문 기사에서도 그들의 야구를 '낭만 야구'라 칭한다. 주인공 투수가 던지는 힘 있는 공 자체를 '낭만'이라 말하기도 한다. 나중에는 그들을 아예 '낭만 배터리'라고 부른다. 퍽퍽한 현실에 매인 보통 사람들에게 그들의 도전 성공은 희망이고 낭만이고 대리만족이 된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