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많은 것들이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극장가에는 여전히 긴 흉년이 이어지고 있다. 올 한 해 극장에서 개봉한 많은 한국 영화들 중에서 전국 관객 100만을 넘긴 작품은 단 12편에 불과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이었던 2019년 100만 관객을 넘긴 한국 영화가 무려 30편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영화의 관객 수가 6년 새 1/3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반면에 2020년대 들어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 회사들이 대거 국내에 진출하면서 드라마 시장의 규모는 더욱 커졌다. 실제로 국내에서 제작된 많은 OTT 드라마들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기존의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 채널에서 편성되는 드라마들도 더 이상 국내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OTT를 통해 세계 각국의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K-드라마의 세계화'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학창 시절부터 공부보다 TV보는 것을 더 좋아했던 나는 지천명의 나이를 앞두고 있는 2025년에도 변함없이 많은 드라마를 감상했다. 그 중에는 <오징어게임> 시즌 3처럼 큰 스케일을 자랑하는 대작 드라마도 있었고 <폭군의 셰프>,<다 이루어질지니>처럼 웃음이 끊이지 않는 코믹 드라마도 있었다. 하지만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연말에 가장 생각나는 드라마들은 역시 가슴을 울렸던 명대사를 가진 작품들이었다. [폭싹 속았수다] 자식 먹이는 일에 진심인 부모들 나는 아이유가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기타를 치며 수줍게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를 부르던 시절부터 그녀의 오랜 팬이다. 하지만 아이유가 2011년 <드림하이>를 통해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기대보다 걱정이 많았다. 명성만 믿고 성급하게 연기에 도전했다가 낭패를 보는 아이돌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유는 <나의 아저씨>와 <호텔 델루나> 등을 통해 내 고정관념을 깨고 좋은 배우로 성장했다. 아이유가 올해 3월 동갑내기 박보검과 함께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도 많은 기대를 했다. 하지만 아이유가 맡은 캐릭터 오애순은 배우 문소리와 2인1역이었고 아이유의 비중이 그만큼 줄어들 거라는 생각에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오애순이 아이유에서 문소리로 바뀐 후에도 아이유는 양관식과 오애순의 장녀 양금명 역으로 <폭싹 속았수다>에 계속 등장했다. 금명은 관식과 애순의 자식으로 애순의 엄마 광례(염혜란 분)가 자신을 잠녀(해녀)로 키우지 않았던 것처럼 애순 역시 금명을 애지중지 키웠고 모범생으로 자란 금명은 서울대에 합격했다. 그 후 장기 연애를 하던 영범(이준영 분)과의 파혼 후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금명은 집에서 밥 먹었냐는 전화를 많이 받은 어느 날, 강렬한 허기를 느껴 휴가를 내 제주 본가에 방문했다. 자식이 없는 집에서 많은 외로움과 허전함을 느꼈던 관식과 애순은 금명의 방문에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 표현으로 금명에게 끊임없이 음식을 내어줬다. 금명은 겉으론 퉁명스러웠지만 부모님의 무한한 사랑을 가슴 깊이 느끼며 큰 위로를 받았고 '그들은 나를 기어코 또 키웠다. 내가 세상에서 백그램도 사라지지 않게 했다'라는 내레이션으로 보는 사람들을 뭉클하게 했다. <폭싹 속았수다>의 임상춘 작가가 부모님의 무한한 사랑을 표현하는 최고의 명대사를 만들어낸 것이다. 사실 돌이켜 보면 밥을 굶고 다닐 만큼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아도 부모님이 언제나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자식의 '끼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