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지도 못할 주먹도끼 만든 ‘전곡리안’… 고고학사 상식을 뒤집다[강인욱 세상만사의 기원]

지난 50년간 발굴한 유물 중 한국 선사시대를 대표하는 유물을 꼽는다면 단연코 1978년 봄, 고고학을 전공했던 미군 병사 그레그 보언이 경기 연천군 전곡리에서 발견한 주먹도끼다. 이 유물은 미 하버드대 핼럼 모비우스 교수가 제안한 ‘모비우스 라인(Movius Line)’을 반박하는 증거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유럽과 아프리카는 정교한 주먹도끼를 사용했고 아시아는 단순한 찍개만을 사용한 ‘문화적 지체’ 지역이라는 구분 말이다. 최근에는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급에 속하는 주먹도끼가 발견되기도 했다. 한탄강은 왜 주먹도끼 메카일까전곡리 주먹도끼 이후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역에서 수많은 구석기시대 발굴이 이뤄졌다. 남한에서만 수백 개의 구석기 유적이 발굴됐지만, 주먹도끼는 중부 내륙이나 영·호남 지역에서 일부 발견됐을 뿐 그 수도 매우 적다. 국가도 없었던 30만∼20만 년 전에 사람들은 왜 이렇게 좁은 지역에서만 주먹도끼를 집중적으로 사용했을까. 석기를 만들 때 기술만큼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