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임현석]AI 슬롭의 시대, 검증에 투자하라

2025년 화제가 된 현상을 꼽는다면 단연 ‘슬롭(slop)’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미국 사전 메리엄-웹스터, 호주 매쿼리 사전이 모두 올해의 단어로 꼽았다. 원래는 오물이나 음식물 찌꺼기를 의미하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대량으로 생산되는 질 낮은 디지털 콘텐츠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초 재집권한 뒤 오락가락 정책 수정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는 뜻의 ‘타코(TACO·트럼프는 늘 도망친다는 뜻)’나 화폐가치 하락에 금이나 비트코인 등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인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등 강력한 경쟁자를 제친 결과다. 저품질 콘텐츠로 조회 수만 올려 돈을 버는 행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트럼프가 왕관을 쓰고 춤추는, AI로 조작된 ‘무맥락 영상’도 더는 놀랍지 않다. 그럼에도 올해 유독 슬롭이 주목받은 건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도권이 AI로 넘어가는 티핑 포인트(변곡점)로 읽혔기 때문이다. 미국 콘텐츠 마케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