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에게 감정은 느끼는 게 아닌 견디는 것[허명현의 클래식이 뭐라고]

무대 위 연주자를 바라보면 우리는 종종 이렇게 생각한다. 저 사람은 지금 음악에 완전히 빠져 있구나, 감정이 북받쳐 올라 음악을 쏟아내고 있구나. 하지만 뛰어난 연주자들의 실제 상태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 꽤 다르다. 그들은 감정에 빠져 있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붙잡고 버티는 쪽에 가깝다. 연주에서 감정은 흘러넘쳐야 할 것이 아니라 끝까지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감정은 느끼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다. 음악은 감정의 예술이지만, 연주는 감정의 방출이 아니다. 무대 위에서 연주자가 자신의 감정에 휩쓸리기 시작하는 순간 음악은 쉽게 무너진다. 템포는 흔들리고, 호흡은 불안정해지며, 곡 전체의 균형도 흐트러진다. 특히 피아니스트처럼 혼자서 긴 시간을 책임져야 하는 연주자들이 감정에 완전히 몰입한다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감정이 깊어질수록 손은 무거워지고, 판단은 느려진다. 그래서 뛰어난 연주자일수록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유지한다.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