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윤은성 시인 덕분이었다. 그가 SNS에 올린 가덕도 신공항 백지화 투쟁 관련 게시물을 봤던 것이다. 그러던 지난 8월, 작가들과 함께 가덕도 답사를 간다는 사회학 연구자 조민서의 연락을 받고 즉흥적으로 따라가기로 했다. 가덕도에 도착해서는 신공항 건설 반대 운동에 투신하고 계신 김현옥 활동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졸속으로 추진되는 신공항 건설이 얼마나 위험한지, 생태적·환경적으로 얼마나 많은 폐해를 낳는지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설명해 주었다. 그 후 여럿이 함께 국수봉에 올라 동백나무를 비롯한 식물을 만지고 철새를 비롯한 동물들의 소리를 들었다. 하산해서 저녁을 먹으면서는 서울과 부산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러 작가와 감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 보는 가덕도의 아름다움에, 그리고 그것을 다시 말로 나누며 느낀 연결의 감각에 벅찬 감동까지 느꼈다. 지금껏 생태나 환경에 대해 갖고 있던 추상적인 지향이 훨씬 또렷해지는 듯했다. 공항이 들어선다면 내가 보고 듣고 느낀 많은 것들이 훼손되거나 사라질 터였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면, 국수봉을 비롯해 몇 개의 산을 허물어 그 흙을 활주로를 짓는 데 쓴다고 한다. 그 엄청난 양의 흙으로 가덕도 앞바다를 메운다고. 가덕도에서 느낀 감동은 여전히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 글에서 가덕도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이야기하지는 않으려 한다. 공항 건설이 얼마나 많은 폐해와 위험을 낳는지도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이에 대해서는 김형로 작가의 글 을 참고하면 좋다). 원래 이 지면에서는 가덕도의 한 장소를 이야기하기로 되어 있으나, 나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가덕도 신공항을 기대하는 아버지의 마음 이를테면 이런 이야기. 나는 부산이 고향이다. 부산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다. 지금 한국에서 환경운동의 쟁점이 되는 여러 장소 중 가덕도가 부산이라 더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가덕도에서 일박이일 일정을 함께한 일행과 헤어지고 나서 본가에 들렀다. 오랜만에 부산에 간 김에 부모님을 뵈려 한 것이다. 아버지가 어쩐 일로 내려왔느냐 물으시기에 신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작가, 활동가와 가덕도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그때 내가 감지한 반응은 난감함이었다. "환경도 중요하지만…"으로 시작되어 이어지는 말에서 나는 아버지가 가덕도 신공항에 정말이지 큰 기대를 걸고 계심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을 아버지에게 전달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버지에게 생태나 환경은 모호하고 추상적인 '이상'이었고, 줄어드는 부산의 일자리나 인구는 눈앞의 '현실'이었다. 나의 아버지는 평생 부산에서 살아오셨다. 부산은 여전히 대도시지만, 아버지는 오랫동안 부산이 쇠퇴하고 있다고 느껴오신 듯하다. 나는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산 지 이미 십 년이 넘었다. 내게도 나름의 애향심이 있지만 스스로 부산 사람이라고 하긴 머쓱하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가 느껴온 쇠퇴의 기운, '젊은 사람들'이 부산을 떠나고 있다는 데서 오는 상실감이나 허전함에 대해 쉽게 왈가왈부할 수 없었다. 고향이자 터전인 부산이 부흥했으면 하는 마음을 쉽게 재단할 수도 없었다. 아버지에게는 지역발전이라는 명분도 있었다.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를 건너왔을 뿐인데, 몇 시간 만에 완전히 다른 세상에 도착한 것 같아 황망했다. 공항에 대한 아버지의 기대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황망함을 더 키웠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