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 생명의 요람으로 들어서다 코타키나발루 시내의 활기를 뒤로하고 차로 한 시간 반을 달렸다. 차창 밖 풍경이 점점 짙은 초록색으로 물들 때쯤, 우리는 '무아라 봉가안(Muara Bongawan)'에 도착했다. 이곳은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汽水域)으로, 말로만 듣던 신비로운 맹그로브 숲이 거대한 군락을 이루고 있다. 배에 오르니 습한 강바람이 뺨을 스친다. 단순한 바람이 아니었다. 맹그로브 숲이 뿜어내는 눅눅하고 짙은 습기는 피부에 닿자마자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동시에 열대 우림 특유의 비릿하고도 싱그러운 흙 내음을 코끝에 실어 날랐다. 뱃머리에는 이곳 마을에 거주한다는 앳된 중학생 소년이 길잡이로 동승했다. 강물은 언뜻 보기에 탁한 흙탕물처럼 보였다. 하지만 가이드는 이 탁함 속에 '생명의 비밀'이 숨어있다고 귀띔했다. 맹그로브 나무들이 복잡하게 얽힌 뿌리는 천연 필터 역할을 하며, 나무에서 떨어진 잎들이 썩어 풍부한 유기물을 만들어낸다. 새우와 작은 수생 생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천연 양식장'이자, 포식자를 피할 수 있는 완벽한 은신처다. 특히 이곳의 타이거 새우는 일반 새우보다 월등히 커서 상품 가치가 높다고 한다. 실제로 강가 곳곳에서 통발로 민물 새우를 낚는 현지인들의 평화로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겉모습은 투박한 흙탕물이지만, 그 안은 수천수만의 생명이 태동하는 가장 역동적인 '부엌'이었던 셈이다. 숲 주인들과의 조심스러운 만남 맹그로브 숲은 원숭이들에게 집이자 요새다. 우리는 이곳의 주인인 코주부원숭이와 긴꼬리원숭이를 만나러 왔다. 가이드는 긴꼬리원숭이는 자주 볼 수 있지만, 경계심이 많은 코주부원숭이를 만나는 것은 전생에 덕을 쌓아야 할 정도의 행운이 따라야 한다며 웃어 보였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