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그런데 대통령보다 먼저 용산에서 청와대로 이사한 이들이 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차 하청 비정규직으로 정비업무를 하는 노동자 김영훈, 국현웅이다. 이들은 지난 11월 19일부터 용산 대통령실 맞은편에 농성장을 차리고 풍찬노숙 중이었다. 시간과 이름만 달라졌다 지난 6월 2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 죽은 김충현의 동료들은 반복되는 죽음을 막기 위해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투쟁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 죽은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을 계기로 죽음의 외주화를 금지시키겠다고 했다. 산업안전의 책임을 하청사와 하청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구조가 근본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18년의 김용균은 2025년의 김충현으로, 죽음의 외주화를 막겠다는 문재인은 산재사망사고를 막겠다는 이재명으로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다. 김용균의 장례식장에는 이낙연 총리가 조문을 왔고 총리실 산하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가 만들어졌으며, 김충현의 죽음 뒤에는 김민석 총리후보가 조문을 왔고 총리실 산하에 '고 김충현 사망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가 만들어졌다. 노조, 시민사회단체, 정부, 전문가들이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해 총리에게 권고하여 정부가 권고안을 이행하게 하는 기구다. 모든 것이 김용균 때와 똑같다. 문제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것까지 똑같다는 것이다. 김충현 협의체에서는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접고용과 발전소 폐쇄에 따른 대책 마련이 논의되어야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어떠한 안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정말로 이해하기 힘든 점은 정부가 법원과 고용노동부의 판단마저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법원은 한전KPS 2차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전KPS노동자와 똑같은 업무를 하고 있고, 2차 하청업체 사장은 인력공급 역할만 하는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했다. 쉽게 말해 고 김충현과 김충현의 동료들은 한전KPS의 직원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지난 10월 한전KPS가 불법파견이라며 시정을 지시했지만 한전KPS는 벌금을 내고 항소하겠다며 버티고 있다. 판결도 시정명령도 무시하는 정부 그렇다면 최소한 김충현과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을 막겠다고 구성한 정부 협의체에서라도 법원판결과 고용노동부 시정명령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게 상식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법원판결과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을 존중하겠다는 당연한 문구조차 협의체 합의안에 담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정부 협의체는 지지부진한데, 이를 책임져야 할 대통령은 말로만 대책을 이야기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16일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 업무보고에서 김성환 장관에게 이렇게 물었다. "김용균씨 사건 나고 난 다음에 또 비슷한 사건이 한 번 나지 않았어요? 어느 회사였어요?"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