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앞두고, 토요일(지난 27일) 쿠팡 알바를 지원했다. 당일 새벽 두 시가 되어서야 업무 확정 연락을 받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다. 어떤 날은 셔틀버스를 타기 세 시간 전에 확정 연락이 오기도 했다. 이럴 때면 하루 종일 쿠팡 연락을 기다리느라 아무 일도 하지 못하기도 한다. 쿠팡 물류센터 알바 경험이 많지 않아 이번에 들어간 작업장은 처음 접하는 곳이었다. 팔레트 단위의 적재물들이 가득한 곳 한쪽에 관리 데스크가 있었다. 업무 시작까지 시간이 좀 남아 주변을 살펴보았는데, 도크 쪽에 즉석밥 박스로 가득한 팔레트가 보였다. 아마도 도크 쪽을 통해 물류센터로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전산으로 입고 처리하기 전의 팔레트 같았다. 즉석밥 팔레트는 한둘이 아니었다. 대략 눈으로 보았을 때, 최소 150팔레트는 돼 보였다. 살면서 한자리에 이렇게 많은 즉석밥이 있는 걸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층이 달라 눈높이보다 낮게 있는 팔레트는 마치 거대한 패턴 미술품을 보는 듯한 장관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저 팔레트 하나에는 몇 끼의 밥이 들어 있을까 하는 그런 궁금증 말이다. 나는 머릿속으로 팔레트 위에 쌓인 즉석밥의 숫자를 헤아려보았다. 즉석밥의 박스 구성은 총 12개들이였다. 하루 세 끼를 먹는다면 나흘 치 정도의 밥이 될 터였다. 한 줄에는 8박스가 있었으니, 일수로 따지면 총 32일 치. 대략 한 달 정도 먹을 수 있는 밥이다. 그리고 그게 딱 12줄로 쌓여있으니(384개), 묘하게도 한 팔레트에 있는 즉석밥은 한 사람이 1년 정도 먹을 수 있는 밥이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