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스펙 등으로 인해 대학의 낭만이 사라졌다고들 이야기한다. 이를 증명하듯 과거 대학의 낭만을 담당했던 통기타, 풍물, 탈춤, 연극 동아리 등은 신입 부원을 구하지 못해 폐부 위험에 놓여 있다. 실제로 탈춤 동아리의 경우 서울 4개 대학에만 남아 있을 정도이다. 이에 반해 주식 투자, 코딩, 창업, 공모전 준비 동아리는 입부 테스트를 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자소서에 쓸 수 없으면 쓸모가 없다"라는 인식 때문이다. 또한 '갓생'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며, 대학생들은 자신의 삶을 분 단위로 쪼개며, 부지런하지 못한 자신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성실히 살았을 뿐인데 '번아웃' 증상을 겪는 이들도 있다. 대학은 취업사관학교로 변질되었다. 나 역시 여러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취업 관련 동아리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낭만'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을 보았다. 어떻게 그런 '낭만'을 지킬 수 있는지 궁금해 서울여자대학교 탈춤 동아리 '한혜윰' 부회장인 이채원(23, 첨단미디어디자인학과)'씨를 지난 11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춤 영상이 부담스러워 선택한 탈춤, 운명이 되다 처음은 거창한 포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였다. 예술적인 활동을 하고 싶었던 그녀는 춤 동아리에 가고 싶었으나 '직접 춤을 추는 영상'을 보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러던 와중 영상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탈춤 동아리가 눈에 들어왔다. "한혜윰('큰 생각'을 의미하는 순우리말). 이름만 봐도 재밌어 보이고, '범상치 않다'는 게 보이잖아요. 여기라면 나를 품어줄 수 있겠다라는 생각에 신청하게 됐어요. 그래서 친구들을 모아서 같이 들어갔어요." 이러한 마음은 동아리방을 청소하다 바뀌었다. 동아리의 역사가 그대로 보관된 자료를 접한 것이다. 그 자료를 보며 그녀는 단순히 학생들이 거치는 공간이 아니라 서울여대의 역사가 담겨있는 공간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그녀는 해당 동아리가 민주주의의 역사와 함께 해왔음을 해당 자료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자료에 적혀있는) 춤 프로그램 중에 '이한열 열사 추모의 춤' 같은 것도 있었어요. 그걸 보면서 민주주의의 역사와 탈춤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증거가 여기에 녹아있는 걸 알았어요."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