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늦은 김장날, 남편이 가마솥을 걸었습니다

울타리 밖을 지나는 등산객이 반갑게 인사하는 주말 아침 시골집 마당이 분주하다. 소나무 전지를 하며 담장 밑에 흩어져 있던 나무 가지를 모으고 잘 마른 장작도 준비한다. 그동안 그늘에 모셔두었던 가마솥도 세상 밖으로 나왔다. 김장 준비라고 하기에는 수돗가 주변도 요란하다. 겨울 보양식 소머리 국밥과 늦은 김장을 같이 하는 날이다. 분주한 발걸음 속에 친정 엄마를 향한 그리움도 가득하다. 남편이 옆 마당 안전한 곳에 가마솥을 걸었다. 가마솥이 오랜만에 주인을 만나 활짝 웃고 있다. 나름 정성을 들여 보관하는 솥이다. 솥에 녹물(쇳물, 놋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들기름병 바닥에 침전물이 생기면 마른 수건에 묻혀 닦아 주곤 한다. 솥을 깨끗하게 씻고, 마른 솔잎과 가는 나뭇가지로 불을 붙여 장작불을 피운다. 전원생활 몇 년에 장작불 고수가 되었다. 반짝 반짝 빛나는 솥뚜껑을 보니 오늘 만들 국밥이 더욱 기대가 된다. 김장하는 날 국밥까지 같이 하는 즐거운 사연이 있다. 친정엄마는 김장 준비에 사골을 끓이셨다. 혹시 부잣집? 전혀 아니고 엄마의 막냇사위가 젓갈 들어간 김치를 못 먹는다. '그 집 사위는 서울 출신이구나!'라고 김장을 도우러 오신 동네 어른이 말했지만, 그 또한 아니다. 스무 살에 서울 올라가 15년 살고 귀향했으니 반백 년 넘게 전라도에서 살았는데 왜 젓갈 김치를 못 먹는지 나도 알 수가 없다. 김치의 감칠맛이 액젓에서 완성될 텐데. 결국, 막내 사위를 위한 엄마의 선택은 사골 육수에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 다양한 젓갈을 듬뿍 넣는 이 지역에서는 어쩌면 배추 샐러드 같은 김치를 만들어 주셨다. 전원생활이 시작되고 엄마가 만들었던 김치를 내가 따라하고 있는데 사골 끓이기에서 국밥으로 진화한 것이다. 퇴직도 했지만, 우연히 친구 집에서 맛있는 국밥을 먹었다. 식당을 운영했던 친구는 식사 초대에 감사하는 나에게 혹시 집에서 직접 만들기를 원하면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지난겨울 드디어 친구가 우리 집으로 출장을 와서 처음부터 모든 과정을 같이했다. 추운 겨울날 요리 어린이를 위해 수고해 준 친구 덕분에 겨울철 보양식 국밥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