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여성인 카트리나, 여성이 된 트랜스젠더 리즈, 여성이 되기를 포기한 에임스. <디트랜지션, 베이비>에는 세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호르몬 치료를 지속한 에임스는 의사로부터 불임이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호르몬 치료를 중단한 뒤 만난 카트리나와 아이를 갖게 된다. 카트리나는 에임스와 함께 아이를 기르고 싶지만, 에임스는 아이를 키우는 역할(아버지인지 뭔지 모를)을 수행하기 위해선 전 여자친구인 리즈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다. 리즈는 그 누구보다 엄마가 되기를 원한다. <디트랜지션, 베이비>는 세 인물들의 삶과 '임신'이라는 사건을 서로 교차하면서 서술해나간다. "아이를 원하는 것이야말로 전 세계의 모든 여성에게 허용된 일인 것 같아요. 트랜스만 예외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지만, 트랜스에겐 상황이 달라요. 나의 생체 시계가 계속 째깍거리고 있다고 말하면, 아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아요. 왜냐하면 나에겐 애초에 생체 시계 따위가 주어지지 않았으니까요.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파요. 너무 질투가 나요. 마치 굶주림처럼, 내 몸이 느끼는 질투심이에요. 내 곁에 아이들이 있으면 좋겠어요. 나도 다른 엄마들처럼 엄마로 인정받고 싶어요. 가정 안에서의 여성이라는 그 느낌을 갖고 싶어요. 시스 여성들한테는 그게 자연스러운데, 내가 그걸 원한다고 하면 변태로 보잖아요. 마치 '드레스 입은 남자'가 아이들 옆에 있고 싶어 하는 이유는 결코 좋은 것일 리가 없다는 듯이. 다들 인정하자고요. 모두가 엄마들이야말로 진짜 여성이고 진짜 여성은 엄마가 된다고 생각하잖아요." - 리즈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닮아 있다 이제는 '트랜스젠더'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라고 믿는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심지어 나조차도 트랜스젠더의 삶은 나와는 다를 것이라고, 나와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여길 때가 있다. 당연하게도 모두의 삶은 다를 테고, 동시에 '트랜스젠더'의 고유한 경험들도 있겠지만, 일, 연애, 이별, 결혼, 질병, 임신 등 삶의 경로에서 맞닥뜨리는 사건들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감정과 욕망, 떠오르는 생각 같은 것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디트랜지션, 베이비>는 '임신'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트랜스와 시스(출생 시 성별과 본인의 성별 정체성이 일치한다고 느끼는 사람) 여성 간의 삶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해 써 내려간다. 나아가 '임신'은 카트리나, 에임스, 리즈 세 사람뿐만 아니라 그 세 사람과 얽힌 다른 인물들도 함께 끌어들인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