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은 말이 없다. 대신 누군가는 그것을 기록한다. 바닷물의 색, 숲의 결, 새의 날갯짓,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임영주 작가의 작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의 그림은 '작품'이라기보다 '현장 기록'에 가깝다. 가로림만과 고파도에서의 동행이 남긴 시간의 흔적이다. 지난 15일 시작돼 오는 1월 30일까지 서산태안환경교육센터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2024년 9월, 서산태안환경교육센터가 기획한 섬 생태 동행 프로그램에서 비롯됐다. 센터는 우도·고파도 일대에서 분야별 전문가들과 함께 생태자원 조사, 섬 식생과 저서생물, 바다새, 섬 문화 기록을 진행했다. 임 작가는 이 여정에 동행했다. 평소 페이스북을 통해 센터의 활동을 지켜보며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생태 전문가들'이라는 인상을 갖고 있던 그는, 직접 만난 적은 없었지만 망설임 없이 길에 올랐다. 당초 목적지는 우도였지만 일정은 고파도로 이어졌다. 임 작가는 이곳에서 자연뿐 아니라 사람과 집, 섬의 생활 풍경까지 하나의 장면으로 받아들였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사람들의 삶도 기록하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그림 속에는 바다와 숲 사이에 놓인 집, 마을을 잇는 길, 전봇대와 부엌의 구조까지 등장한다. 인간의 생활은 자연의 바깥이 아니라, 그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