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량.’ 염경엽 프로야구 LG 감독은(57)은 ‘선수 염경엽’을 이렇게 평한다. 광주제일고-고려대를 졸업한 그는 1991년 신인드래프트 때 2차 1라운드로 태평양의 지명을 받아 그해 개막전 유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입단하자마자 주전을 꿰찼기에 모든 게 자신만만했다. 훈련보다 경기 후 나이트클럽에 가는 게 더 중요했다. 염 감독은 “약 30년 동안 프로야구계에 있으면서 손에 굳은살 하나 없는 선수를 딱 한 명 봤는데 그게 염경엽”이라고 했다.1996년 현대가 태평양을 인수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명유격수 출신인 김재박 현대 창단 감독은 수비만 괜찮은 염 감독 대신 신인 박진만(49·현 삼성 감독)을 개막전 선발 유격수로 낙점했다. 그해 개막전에서 빠진 염 감독은 경기 시작 전 화장실로 뛰어가 눈물을 쏟았다. 여전히 반성은 없었다. 야구를 포기하고 서울 압구정동에 카페를 차리려 했다. 사기를 당한 뒤 캐나다 이민을 알아봤지만 서류 심사에서 탈락했다. 야구가 잘될 리 없었다. 염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