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칭찬하고 싶은 일... 90대 아버지를 외롭지 않게 한 것

"병원을 다녀오면 손부터 씻어요." 29일 올해 마지막으로 이비인후과를 모시고 다녀와 한숨 돌리는데 아버지가 화장실을 나오며 말했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손을 씻으라는 것은 아들의 건강을 염려해 하는 말이다. 한 달에 한 번 노환의 아버지(96)를 여러 병원에 모시고 다니고 있다. 내 일정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벌써 몇 년째다. 항상 긴장하지만 올해도 아버지 건강이 그만하시니 다행이다. 아버지가 우리 곁에 꿋꿋하게 계시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따로 없다. 간밤에 꿈속에서 아버지가 곤히 주무시는 꿈을 꾸었다. 새벽에 꿈에서 깨어나 불이 켜진 아버지 방을 들어가 동태를 살폈다. 숨소리는 희미하지만 오르내리는 가슴과 배를 보며 안도했다. 매일 나의 일과는 보통 이렇게 시작한다. 건강한 아버지가 우리 집 행복 아버지는 고령으로 노화와 함께 여러 '퇴행성 변화'들이 있지만 스스로 잘 관리하고 있다. 자신의 몸과 건강을 챙겨 죽는 날까지 자식들에게 고통을 주고 싶지 않다고 늘 강조하신다. 이 말의 무게를 잘 새기고 있지만 나는 매사 아버지 걱정이다. 아버지는 경로당을 오가며 하루 3천보를 걷는다. 걷기만 잘해도 병이 낫는다고 믿고 있다. 남들은 내가 아버지를 모시며 힘들 거라고 말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아버지는 하루 5번씩 복용하는 약을 정확히 지키고 식사도 그런대로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령이기에 혼자 생활하기는 무리다. 우리 부부의 손길이 필요하다. 평소 가족 외에는 간병을 대신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병원 가는 걸 귀찮아하지 않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어딘가 불편하고 아프다고 말하면 일단 안심이다. 삶의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이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