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미술계는 그야말로 '인상주의의 계절'을 지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정수를 담은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2025.11.14~2026.03.15)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고, 예술의전당에서는 오랑주리와 오르세 미술관의 명작을 옮겨온 '오랑주리-오르세미술관 특별전 : 세잔, 르누아르'(2025.09.20~2026.01.25)이 한창입니다. 여기에 노원아트뮤지엄의 '인상파, 찬란한 순간들'(2025.12.19~2026.05.31)까지 가세하며 모네와 고흐의 발자취를 쫓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빛은, 그림을 어디까지 바꿀 수 있는가." 이 집요한 질문의 끝에서 회화를 '무한한 공간'으로 확장해버린 거장이 있습니다. 바로 클로드 모네입니다. 이제 우리는 그의 예술적 집념이 완성된 곳, 지베르니의 정원과 연못으로 향합니다. 지베르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업실'의 탄생 클로드 모네의 삶은 '수련'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습니다. 1890년대 무렵 파리 근교 지베르니에 둥지를 틀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약 250점의 수련 연작을 쏟아낸 모네. 그는 왜 그토록 수련에 집착했을까요? 그에게 연못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었습니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 계절의 순환,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거대한 도화지였습니다. 자욱한 안개가 내려앉은 날의 희미한 공기부터 강렬한 햇살이 수면을 은빛으로 물들이는 찰나의 반짝임까지, 모네는 그 모든 변화를 캔버스에 기록했습니다. 모네는 자신이 가장 사랑한 지베르니 정원에 튤립과 아이리스, 작약, 양귀비, 장미를 심었습니다. 계절마다 라일락과 수국, 철쭉이 피어나는 그곳은 모네만의 작은 낙원이었습니다. 연못 위에는 일본식 다리를 놓고 수련을 띄웠습니다. 버드나무 가지가 수면 위로 낮게 드리운 이 풍경을 두고, 모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업실'이라 불렀습니다. 그는 매일 이곳에서 수련을 바라보며 깊은 명상에 잠기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연못 한 귀퉁이나 일본식 다리의 정취를 화폭에 담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모네의 시선은 더 깊고 넓게 확장되었습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