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끝자락,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리는 대전 산내 골령골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해방 공간의 항일 혁명가이자 정치 지도자였던 학암 이관술(1902~1950) 선생의 영전에 무죄 판결로 '정판사 위폐 조작사건'의 굴레를 79년 만에 벗어던지게 됐음을 알리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40여 명이 참석했다. 학암이관술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와 유족 등은 31일 오후 2시, 이관술 선생이 1950년 불법 학살당한 골령골 학살지 현장에서 고유제를 봉행했다. 이날 고유제는 기념사업회가 지난 12월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재심을 통해 선생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이를 확정한 기쁜 소식을 영령 앞에 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건의 발단은 7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6년 5월, 미군정 경찰은 조선공산당을 무력화시키고 대중적 지지를 약화시키기 위해 '조선정판사'에서 위조지폐를 발행해 당 자금으로 썼다는 혐의를 조작했다. 이 과정에서 이관술 선생을 비롯한 핵심 간부들은 불법 구금과 가혹한 고문을 당하며 허위 자백을 강요받았다. 당시 사법부는 피고인들의 일관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재판 대신 '사법살인'을 선택했다. 이관술 선생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대전형무소에 수감되었으며,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재판 절차도 없이 이곳 골령골로 끌려와 차디찬 주검이 되었다. "사건명, '미군정 통화 위조 조작 사건'으로 부르자" 손문호 기념사업회 회장은 고유문을 통해 "79년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은 사실을 알리고 같은 사건으로 수감되고 학살당한 송언필을 비롯한 영령을 위로드린다"며 재심의 의미를 강조했다. 실제 이번 재심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대한민국 헌법 제정 전인 1946년 미군정기 사건에도 현재의 증거 법칙을 적용, 사법적 과오에 대해 검찰과 재판부가 고개를 숙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