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자금 최소 O억 원' 이런 제목에 흔들리지 않는 법

"노후자금 최소 O억 원." 노후 준비 관련 기사를 접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기 어려운 문장을 자주 접한다. '어떤 조건의 남녀 몇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이라는 전제가 붙은 결론들이다. 머리로는 이해한다. 다만 현실과의 거리는 크게 느껴진다. '평균'이라는 정보가 어느새 모두가 합의한 기준처럼 굳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은 한 가지 조건으로 묶이지 않는다. 소득도 다르고, 가족 상황도, 몸 상태도, 이미 짊어진 책임의 무게도 다르다. 그런데 평균이 '잣대'가 되는 순간, 삶은 뒤로 밀리고 불안이 앞으로 나온다. 그때부터 나의 노후를 설계하는 게 아니라, 평균에 맞춰 내 인생을 재단하기 시작한다. 내가 어떤 존재인지, 어떤 하루를 살고 싶은지, 무엇을 끝까지 지키고 싶은지 같은 질문은 조용히 사라지고, 돈으로 설명된 노후가 가장 앞자리를 차지한다. 숫자가 삶을 돕는 자료가 아니라, 삶의 값을 매기는 기준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싶은 노후 먼저 정의 퇴직 준비에서 먼저 세워야 할 것은 노후자금의 덩치가 아니라, 퇴직 후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역할이 정해지면 숫자는 나를 겁주는 기준이 아니라, 그 역할을 가능하게 하는 현실적인 재료로 바뀐다. 퇴직 준비가 사회적으로 정답처럼 떠도는 숫자와 통계를 따라가는 '따라쟁이 삶'이 되지 않으려면, 평균을 먼저 붙잡기보다 내가 살고 싶은 노후를 먼저 정의해야 한다. 물론 그 노후는 '원하는 모습'에만 머물면 안 된다. 지금의 나와 내 자원이 닿을 수 있는 범위, 내 노력으로 실현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 그래야 노후 준비는 불안의 계산이 아니라, 나의 삶을 설계하는 순서가 된다. 그런데도 해마다 발표되는 퇴직 관련 통계나 기사를 보면 마음이 흔들린다. "노후 자금 최소 ○억 원", "퇴직 후 월 생활비 ○○만 원", "준비 부족 응답 ○○%" 같은 문장들이 반복해서 눈에 박힌다. 숫자는 언제나 단정적이다. 그리고 그 숫자 앞에서 마음은 너무 쉽게 작아진다. 비교하지 않으려 해도 비교가 되고, 따라잡기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기가 질린다. 마음속에 '넘사벽' 하나가 더 쌓이는 느낌이다. 그 벽은 경제적 한계 이전에 심리적 기권을 먼저 부른다. "어차피 나는 안 돼", "지금 시작해도 늦었어" 마음이 접히는 순간, 퇴직 준비는 숫자보다 먼저 멈춰 버린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