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좋습니다. 매일매일 연습했습니다. 다음에도 또 하고 싶습니다." 29일 경남 사천시 용현면 경남장애인부모연대 사천시지회. 용왕 역을 맡은 김서준씨는 짧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북 역의 김선옥씨도 "뿌듯했어요. 어려운 점 없었어요. 재밌었어요"라고 했다. 10분 남짓한 무대를 마친 발달장애인 배우들은 짧지만 힘차게 소감을 말했다. 이날 이곳에서 사천 지역 최초의 발달장애인 연극 발표회 '비토섬 토끼전: 용왕과 신하들'이 열렸다. 발달장애인 10명이 주연으로, 센터 선생님 5명이 보조 역할로 무대에 올랐다. 용왕, 거북, 잉어, 문어, 도미, 문어, 꽃게, 미역 등 저마다 배역을 맡아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사천시 전문 극단 '장자번덕'이 공연 의상을 지원하고, 발성과 대사, 연기를 지도했다. 이날 공연 시간은 10분. 그러나 이 짧은 무대를 위해 2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2년 전 첫 수업에서 '희망'을 보다 2023년 6월 사천 열린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센터에서 연극 수업이 시작됐다. 주 1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어진 수업이었다. 지도를 맡은 건 극단 '장자번덕' 단원 이수정씨. "처음엔 대본 연극을 할 거라고 생각도 못 했어요. 예술 놀이, 치료 놀이 위주로 준비해 갔죠." 이수정씨의 말이다. 당시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글자조차 읽기 어려웠다. 한 글자씩 더듬더듬 읽으며 눈도 맞추지 못했다.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첫 수업 이후 변화가 시작됐다.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이용자들의 집중력과 표현력에 모두가 놀랐다. 이수정씨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움직임이었다. 선생님들도 놀라고, 저도 놀랐다"고 전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