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망했다고 생각했다. 소설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 고상한 취미 같았다. 지난해는 발표 이력이 없어 발간 지원 사업에 응모조차 못 했다. 올해 겨우 요건을 맞추니 이번엔 요강이 바뀌었다. 첫 책 지원은 35세 이하만 가능했다. 담당자에게 책 한 권 없는 나 같은 사람을 제외한 이유를 물었다. 사무실에서 논의해 정한 사안이란다. 말로는 늘 그렇게 간단했다. 당선 전화가 왔을 때, 소설보다 조금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었다. 계약서에 일용직이라 적힌 세 시간짜리 일을 마치고, 엄마 집에 들러서 김치와 무와 배추를 가져와 냉장고에 넣었다. 고령의 노인네가 무릎에 연골 주사를 맞고 허리에 파스를 붙여가며 수확한 농작물이었다. 자식이라는 이유로 부모의 노고를 너무 쉽게 취했다. 당선 사실을 한동안 알리지 않았다. 웬만한 상이라야 말이지, 믿기지 않았다. 정말 나라고? 나라고 말하는 순간 거품이 되어 사라질 것 같았다. 몇 해 전, 중복 투고 여부를 확인한 뒤 조금만 기다려 달라던 신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