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중순, 하카타에 도착하자마자 습관이라도 된 것처럼 서점부터 찾았다. 온갖 눈길을 끄는 표지가 손짓하고 이것저것 둘러보고 메모하느라 분주했다. 그러던 찰나 잡지 한 권의 표지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어?' 윤동주 시인이었다. 학사모를 쓴 그는 입을 가지런히 다문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책을 집어 들었다. 마지막 남은 한 권이었다. 발행처는 진보 성향 시사잡지 <주간 금요일>(週刊 金曜日, 슈칸 킨요비). 일본에서 발행하는 잡지가 한국인 시인 윤동주를 표지 기사로 다룬 것이다. 일본 잡지사에서 윤동주를 크게 실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이 기사로 그들이 지향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숙소에 이르게 도착해 한장 한장 천천히 펼쳤다. 무려 15페이지에 걸쳐 그의 생애를 비중 있게 소개했다. 윤동주가 공부했던 도쿄 릿쿄대학(立教大学)의 니시하라 렌타(西原廉太) 총장, 교토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学)의 고하라 가츠히로(小原克博) 학장 인터뷰를 비롯해, '후쿠오카·윤동주 시를 읽는 모임'과 함께 그가 옥사한 후쿠오카 형무소 부지를 찾은 현장 이야기도 담았다. '윤동주 연구가'가 있다는 사실도 윤동주를 바라보는 일본 사회의 시선이 어떤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곧 다가올 2월 16일은 윤동주 시인의 서거 81주기이기도 하다. 일본 역사연구가 오기노 후지오(荻野 富士夫)와의 대담도 의미 있었다. '치안유지법의 사상 선별을 계승하는 스파이방지법'이라는 제목의 이 꼭지는 1943년 치안 유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2년 만에 옥사한 윤동주를 기리며, 이것이야말로 현재 타카이치 사나에 정부가 추진하는 '스파이 방지법'과 유사하다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윤동주. 매년 수학능력시험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그 이름. 이날 그가 소중히 남겼다는 시 중 '쉽게 씌여진 시', '병원', '참회록' 등을 검색해 한 자 한 자 곱씹으며 그를 다시 떠올렸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쉽게 씌여진 시'에서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에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 '병원'에서 '쉽게 씌여진 시'는 윤동주가 릿쿄대 재학 당시 지었던 마지막 시다. 이 대학 니시하라 총장은 <주간 금요일>과 한 인터뷰에 "윤(동주)이 릿쿄 캠퍼스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고민했는지, 한편으로 당시 일본 사회가 그를 어떻게 대했는지 절절하게 묘사돼 있다"라면서 "시 마지막에 '나와 내가 악수한다'는 구절은 (일본에서) 그의 손을 잡아줄 상대가 없었다는 표현"이라며 그의 문학적 가치를 인정함과 동시에 당시의 상황을 애석해 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