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마지막 날, 세종시의 한 물류센터에 전국 각지에서 온 50여 명의 시민이 모여들었다. 이날 해고가 예정된 한국GM 세종물류센터 하청노동자들과 함께하기 위해 마련된 '희망이 모이는 연대텐트'에서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필자 역시 그 대열 속에 있었다. 지난해 11월 28일, 한국GM 세종물류센터 하청노동자들은 청천벽력 같은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한국GM 측은 하청업체 변경에 따른 통상적인 계약 종료라고 주장하지만, 노동자들은 수긍할 수 없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하청업체는 수차례 바뀌었어도 일하는 사람들은 늘 제자리를 지켜왔기 때문이다. 지난날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난 7월 이들이 노조를 결성했다는 사실뿐이다. 노조 결성 이후 하청업체와 10여 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업체는 "원청인 한국GM의 결정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정작 한국GM 측은 하청노동자들의 고용 승계를 공언해놓고도, 약속을 믿은 노동자들에게 '전원 해고'라는 비수로 응답했다. 헌법이 보장한 '노조할 권리', 해고로 응수한 한국GM 오는 3월 10일이면 노동자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노조법 2·3조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이 시행된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조를 통해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한국GM의 이번 집단 해고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그 취지를 짓밟아버린 셈이 됐다. '왜 노조를 만들어서 해고를 자초하느냐'는 일각의 핀잔에 필자는 반문하고 싶다. 우리 헌법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삼권을 보장한다. 헌법에 명시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해고의 사유가 될 수 있는가. 한 일터에서 청춘을 바친 이들을 이런 식으로 내쫓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이날 현장에서 노동자들은 '투쟁'을 수없이 외쳤다. 누군가에게는 과격한 구호로 들릴지 모르지만, 돌이켜보면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투쟁하는 이들이 세상을 바꿔왔다. 일제에 맞선 독립투사들, 독재에 저항한 대학생들, 그리고 지난 계엄 당시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비장한 함성 뒤의 떨림, 그들을 지탱한 가족의 사랑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