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원 ○○○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 말이 들리는 순간, 안도감보다 먼저 불안이 올라왔다. 이제부터가 더 어렵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퇴직했지만 인터넷 은행 업무 처리엔 큰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 예·적금 계좌 개설, 지정일 자동이체, 공과금 납부, ○○○페이 결제와 송금·입금까지 웬만한 일은 앱으로 끝냈다. 그런데 유독 증권 계좌만은 달랐다. 2년쯤 전 인터넷으로 주식 거래 계좌를 만들고 생체인증(지문인식)까지 설정하고 소액 투자도 해두었다. 그 뒤로 바쁘다는 이유로 '잠깐' 잊고 지냈다. 프리랜서 강사로 살다 보면 일정과 이동이 하루를 끌고 가고, 급하지 않은 일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린다. 문제는 휴대전화를 바꾸면서 시작됐다. 액정보호 필름을 붙인 뒤 "지문 인식이 잘 되나" 확인하는 과정에서 증권사 앱을 열었는데, 지문 인증이 되지 않았다. 손가락을 닦아도, 각도를 바꿔도, 다시 눌러도 반응이 없었다. 그때부터 나는 앱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앱에 막힌 사람'이 됐다. 할 수 없이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과 연결되기까지 챗봇 안내, 번호 선택, 본인 확인, 긴 대기가 이어졌다. 그 과정은 이미 '문턱'이었다. 어렵게 연결된 뒤엔 친절한 안내가 쏟아졌지만, 전화를 끊고 앱을 여는 순간부터 다시 길을 잃었다. "어디로 들어가라고 했지?" "지금 이 메뉴가 맞나?" "아까 그 비밀번호가 이거였나?" 머릿속 질문이 꼬리를 물었고, 손가락은 화면 위에서 맴돌기만 했다. 결국 화면에 뜬 문구는 "비밀번호 입력 초과"였다. 그 한 줄을 보는 순간, "하…" 하는 숨소리가 저절로 새어 나왔다. 내 돈이 걸린 계정인데, 정작 나는 '내 계정 안으로' 들어갈 권한을 잃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