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목욕, 어린이는 쫀득쿠키... "이 버스 없으면 아무 데도 못가"

충북 옥천군 안남면 마을순환버스는 하루 8번 안남면 일대를 순환한다. 평일 오전 8시부터 5시까지, 1시간에 한 번씩 총 8회(지수리 방면 8·10·14·16시/ 도농리 방면 9·11·15·17시) 운행하고, 추가로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 돌봄교실이 끝나는 오후 5시 30분에는 학생들의 귀가를 돕는다. 2009년 6월부터 운영돼 온 마을순환버스는 이제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마을의 일부로서 존재한다. 그렇게 버스가 운영된 지 어느덧 17년째. 옥천군에서 인구 수와 면적 면에서 가장 작은 안남면에서는 어떻게 마을순환버스가 운행되고 있을까? 주민자치의 열매, 안남면 마을순환버스 안남면은 '주민자치 1번지'로 불리며,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그 열매로 어르신문해학교인 안남어머니학교(2003.02~), 면 단위 주민평의회 역할을 하는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2006~), 면 단위 최초의 작은도서관인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2007~), 옥천 유일한 면 단위 공중목욕탕인 안남개울가(2024~) 등 주민의 목소리가 반영된 시설과 모임이 탄생했다. 안남면 마을순환버스 역시 주민자치의 커다란 열매 중 하나다. 처음 안남면 마을순환버스의 필요성이 논의된 것은 2007년 '안남면 지역발전위원회 지역발전 아이디어 공모전'에서였다. 살기 좋은 안남면을 만들기 위해 안남면 12개 마을이 머리를 모아 고민한 결과,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이 '마을순환버스'에 대한 아이디어였던 것. 안남면 도덕리 주민이자 올해부터 마을순환버스 기사로 활동하는 주재춘(68)씨와 당시 안남어머니학교 교장이었던 옥천군의회 송윤섭 의원은 당시 상황을 이같이 말했다. "안남어머니학교가 생기고 한창 많을 때는 학생 수가 80명 정도였을 만큼 규모가 컸어요. 어머님들이 학교에 다니려면 교통편이 걱정이잖아요. 다리도 편치 않으신데, 어떻게 학교까지 걸어 다니겠어요." (주재춘씨) "학교까지 걸어서 등교하시는 어르신이 대부분이었고, 남편 오토바이, 경운기, 마을 주민의 도움을 받아 등교하는 어르신, 초등학교 학생들이 타는 셔틀버스를 타려다가 기사님한테 거절당하신 어르신도 계셨죠." (송윤섭 의원) 마을순환버스의 도입을 가장 반긴 이들은 안남어머니학교에 다니는 어르신과 마을 어린이였다.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에서 방과후 시간을 보낸 뒤 집에 가려면 부모님의 도움을 받거나 걸어가야 했기 때문. 여론은 조성됐지만, 실제 마을순환버스가 운행되기까지는 1년 반가량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여객운수사업법 규정, 버스회사 반발 등의 장애물이 있었던 것. 고민 끝에 안남면은 대단위주민지원사업비로 버스를 구입한 뒤, 마을버스가 아닌 도서관 셔틀버스 형태로 군으로부터 인건비를 지원받아 운행을 시작했다. "옥천군으로부터 '도서관운영비'라는 이름으로 지원을 받고 있어요. 이 지원금은 기사님과 도서관 상주 인력 인건비로 활용되고 있고요. 나머지 버스 유류비, 수리비 등 유지비는 안남면 지역발전위원회 수계기금(대청댐 대단위지원사업비)으로 충당하고 있죠."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 임진숙 사무국장) "이 버스가 참말로 귀중한 버스여"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안남면 마을순환버스는 정각이면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에서 출발한다. 지수리 방면과 도농리 방면을 번갈아 운행하는데, 한번 순환하는 데 35분가량이 소요된다. 주재춘(68)씨는 올해부터 지난 15년 이상 운전을 맡아온 주재결 전 기사를 이어 마을순환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저는 도덕리 주민이고, 이전까지는 농협에 근무하다가 퇴직을 하게 됐죠. 군대에서부터 큰 차를 운전해본 경험이 있어서 버스를 운행하게 됐습니다. 안남면 지역발전위원회 위원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올해부터 마을버스 기사로 일하고 있네요." 오랫동안 마을에서 살아왔기에 주재춘씨가 손님으로 만나는 승객들 역시 친숙한 얼굴들이다. 이 시간대에 어떤 승객이 탑승할지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고. "지난해 안남 개울가가 생긴 이후로는 매일 목욕을 하러 오시는 주민들이 계시죠. 일주일에 세 번 경율당(충청북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시대 서당) 청소하러 오시는 어르신도 계시고, 가끔씩은 텃밭 가꾸러 밭일 나온 분들도 타시고요." 전체 내용보기